카카오 김범수 의장(53·
사진)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고의가 아닌 과실”이란 취지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곧바로 항소를 결정하고 ,“과실범 처벌 취지가 담긴 양벌규정을 적용해 공소장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항소심 향배에 따라 카카오뱅크 대주주 전환 등 카카오의 금융회사 대주주 진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게 됐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재판장 안재천)은 김범수 의장이 2016년 4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에 앞서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사 등의 자료를 제출하면서 5개 신고대상 회사를 누락했다가 나중에 자진신고한 혐의(허위자료 제출)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법원이 1억원의 벌금을 약식명령했던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허위자료 제출에 관해 동일인(총수) 과실이 있는 경우에도 이를 처벌할 필요성이 결코 적지 않다”며 “그러나 이는 입법을 통해서 해결할 문제이고 법문상 과실범도 처벌한다는 취지가 명확하지 않음에도 그런 취지가 포함돼 있다는 법해석을 통해 과실범을 처벌하여야 한다는 논리는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또 “피고인(김범수)은 지정자료 제출 의무자로서 허위 지정자료가 제출되지 않도록 스스로 자료를 확인하고 조사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법률상 과실로 평가되고 이런 과실로 이 사건 5개사 자료가 누락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짚었다.
이에 검찰은 기업 총수의 업무를 대리한 실무자가 잘못을 했다고 해도 총수에게도 함께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공정거래법상 ‘양벌규정’을 적용해 공소장 취지를 변경하고 항소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1심에서 김범수 의장이 허위 신고를 한 ‘고의범’이란 취지로 공소장을 썼지만, 직원이 허위 신고를 했는데 김 의장이 관리감독을 못한 ‘과실범’이니 양벌규정을 적용해 벌금형에 처해달라고 공소장을 쓸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며 “1심 법원은 김 의장을 과실범으로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만큼 항소심에선 양벌규정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공소장 변경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소장을 변경해 항소할 경우 유죄가 인정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2015~2016년 공정위가 자료 제출 요건과 관련한 상세한 공문을 두 차례나 보냈던 점 등을 들어 “(허위자료 제출에)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있다”며, 김범수 의장에게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미필적 고의에 명확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보았다. 다만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서 공정위 자료 제출 의무를 카카오에 포괄적으로 위임한 채 제대로 살피지 않은 과실이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이에 검찰이 항소심 전략을 바꾸기로 한 셈이다.
이번 판결로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대주주 전환 승인과 카카오페이를 통한 바로투자증권 인수에 일단 숨통을 트게 됐으나, 검찰 항소로 불확실성은 여전히 걷히지 않았다. 현행법은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벌금형 이상이 확정될 경우 금융위원회가 예외적으로 사안이 경미하다고 인정하지 않는 한 금융회사 대주주 자격을 5년간 제한한다.
이에 정보기술(ICT)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등으로 진출하도록 정책적 지원을 쏟아부었던 금융위도 계속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쪽은 지난달 초 카카오뱅크와 바로투자증권의 대주주 자격 승인을 잇따라 신청했고, 금융위는 카뱅 대주주 심사와 관련해선 김 의장의 재판 결과를 반영할지를 두고 법제처에 심사 범위 관련 법령 해석을 의뢰한 상태다.
한편,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65억6600만원으로 첫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7월 출범 2돌을 맞는 카뱅의 영업 규모는 4월말 기준 수신 16조원, 여신 10조원 수준이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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