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과 ‘자본조달능력’ 부족을 이유로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탄생이 무산됨에 따라 인가권을 쥔 금융당국의 정책 실패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보기술(ICT)기업이 인터넷은행 운전대를 잡으면 ‘혁신’이 온다는 막연한 기대만 부풀렸을 뿐, 은행업의 ‘기본 자질’과 ‘본질적 혁신’이 무엇인지에 대한 그간의 성과 점검과 정책적 목표 제시가 흐릿했던 탓이란 비판이 나온다.
제3의 인터넷은행 무산엔 1기 인터넷은행의 현실이 반영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현재 인터넷은행 업계는 케이뱅크가 자본확충 차질 등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돼 카카오뱅크가 나홀로 독주하는 체제가 굳어져가고 있다. 카뱅은 4월 말 기준 고객수 927만명, 여신잔액 10조368억원, 수신잔액 16조280억원으로, 케이뱅크(고객 101만명, 여수신 잔액 각 1조5400억원과 2조6400억원)를 거의 열 배 차이로 따돌렸다.
하지만 1위 카뱅은 정부의 인가 명분이었던 이른바 ‘싼 금리’ 경쟁 촉진자도 아니었고, 민간 중금리 대출 활성화에도 별달리 기여한 바가 없다. 27일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4대 시중은행과 2개 인터넷은행의 금리 비교 자료를 보면, 카뱅이 주력한 마이너스통장 대출이나 일반신용대출(신용 1~2등급) 상품의 금리수준은 4대 시중은행과 비교해봤을 때 영업기간 중 절반 이상은 적어도 시중은행 3곳보다 이자가 비쌌던 것으로 나타난다. 2017년 7월 출범한 이래 마이너스통장 평균금리는 같은해 11월 이후 이런 추세가 시작돼 올해까지 이어졌다. 또 고신용자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2018년 1월 이후 이런 추세가 지속되다가 최근 3~4월에 다소 완화된 상태다. ‘싼 금리’는 신장개업 효과였을 뿐이란 얘기다.
게다가 카뱅은 정책보증이 들어가지 않은 민간 중금리 대출 실적은 사실상 없는 수준이다. 지난 4월에 신규취급한 일반신용대출 중 정책보증이 들어가지 않은 대출로 연 6% 이상 금리구간 대출 비중은 1.3%에 그쳤다. 케이뱅크는 상대적으로 높지만 대출중단 반복으로 시장에서 큰 의미가 없다.
다만 카카오뱅크는 ‘카카오 메신저’라는 대중적 플랫폼 기업이 금융업에서도 고객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는 점을 입증했고, 공인인증서 등의 사용 축소를 선도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다. 하지만 이는 다른 경쟁사에 금방 따라잡혀서 차별화가 크지 않은 상태다.
금융권에선 이런 현실을 되짚어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은행 선발주자는 물론 후발주자에게 어떤 내용의 혁신을 요구할지 정책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부 인가산업에서 라이센스를 추가로 내준다는 것은 새 사업자가 사회적 기여도가 확실하다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은행권 관계자도 “카뱅 때만 해도 국외송금 수수료 인하 등이 새로운 흐름으로 통했지만, 이젠 그런 정도로는 통하기 어렵다”며 “금융당국도 후발 사업자도 시장이 요구하는 차별화된 혁신 방향을 구체적으로 그리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박수지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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