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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요즘 투자 성적이 영…‘스펙’ 말고 ‘스팩’ 알아볼까

등록 2019-06-09 18:06수정 2019-06-09 20:25

저금리시대 대안투자 상품

못 돼도 ‘돼지저금통’
SPAC, 비상장사 합병 목적 회사
올해 합병승인 받은 4개 스팩
공모가 대비 평균 주가 78% 올라

합병이후 되레 주가 하락 우려될땐
매수청구권 행사로 손실 회피 가능
합병 실패로 청산돼도 원리금 보장

이 점에 유의해야
스팩 발기인 과거 합병성적 살펴야
최근들어 주가 높은 수준서 형성
비싼 가격에 매입땐 손실 볼수도
그래픽_고윤결
그래픽_고윤결
‘스펙’을 쌓는 자녀를 위해 부모는 ‘스팩’을 쌓아둔다.

올해 들어 합병에 성공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의 주가 상승률이 80%에 육박해 저금리 시대 대안투자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 자료를 보면, 합병심사 승인을 받아 거래가 최근 재개된 4개 스팩의 주가는 공모가(2000원) 대비 평균 7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포털업체 줌인터넷과의 합병이 승인된 미래에셋제5호스팩의 주가는 지난 7일 상한가인 5200원을 기록하며 160% 상승했다. 반도체 제조업체 지니틱스와 합병하는 대신밸런스제5호스팩은 83%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최근 합병이 승인된 케이비제10호스팩과 엔에이치스팩10호도 각각 43%, 26%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스팩은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오로지 비상장기업과 합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인수목적회사’다. 공모 전에 자본을 투자한 인수·합병 전문가들이 스팩 발기인으로 참여해 합병에 적합한 기업을 물색한다. 장외 기업은 이미 상장된 스팩을 통해 주식시장에 들어올 수 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일반투자자는 스팩 주식을 사들여 합병 뒤 주가가 오르면 매매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반면 합병 뒤 주가가 되레 공모가 밑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럴 때 스팩 투자자들은 손실을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합병 주주총회 직전에 합병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증권사를 통해 전달하고, 그래도 주가가 오르지 못하면 “내 주식을 회사가 되사주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된다. 매수청구권 가격은 공모가보다 소폭 높은 가격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는 손실을 입지 않는다.

스팩이 합병에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 스팩은 3년 안에 비상장 기업과 합병하지 못하면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이 경우 투자자는 원리금을 받을 수 있다. 스팩은 ‘돼지저금통’이다. 투자자들에게 모은 자금을 고스란히 은행이나 한국증권금융에 맡겨놓았다. 여기에서 발생한 이자를 청산 때 원금과 함께 돌려준다. 1년 단위로 변경되는 이율은 현재 1.6~1.9% 수준이다. 합병이 무산돼도 은행 정기예금에 살짝 못미치는 이자를 받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다만 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사들인 투자자는 손실이 불가피하다.

스팩 투자는 합병 뒤 어느 정도 가격에 매도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합병 대상 기업의 실적을 파악하지 못하면 ‘깜깜이 투자’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합병비율이 적정한지 살펴봐야 한다. 피합병기업에 유리하게 합병비율이 매겨지면 스팩 투자자는 불리해진다. 합병 기업의 적정 주가를 가늠하기 위해 주당 순이익(EPS)를 구할 때는 합병비율에 따른 주식 수 산정에 유의해야한다. 스팩과 피합병기업의 주식수를 단순합산하면 안된다. 합병비율을 피합병기업의 주식수에 곱한 뒤 스팩 주식수와 합쳐야 합병회사의 전체 주식수를 구할 수 있다. 합병 공시에 첨부된 외부평가기관의 의견서도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 유사한 사업구조를 가진 상장사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을 파악한 뒤 합병기업의 상대적 가치를 추정해야 주가 움직임에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스팩 제도가 국내 증시에 도입된 때는 2009년이다. 하나금융투자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 동안 스팩의 합병 성공 확률은 66%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상장된 155개의 스팩 가운데 70개는 합병을 거쳐 피합병기업의 증시 입성이 이뤄졌고, 36개는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해 상장폐지됐다. 나머지 49개는 스팩 상태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돼있고 이 가운데 4개는 합병신고서를 제출해 거래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17~2018년에 상장한 스팩은 모두 40개로 앞으로 상당수 스팩이 합병을 하거나 청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팩이 출범한 뒤 합병상장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년 9개월로 나타났다. 하나금융투자는 “상장한지 1년 정도 지난 스팩에 투자하는 게 확률적으로 합병의 기다림을 줄이는데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스팩에 투자할 때 합병 기업을 탐색하는 구실을 맡는 발기인의 합병 이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합병 건수가 많은 것도 좋지만 수익률이 높았던 합병을 이끌어낸 업체가 발기인으로 들어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공모가의 절반인 1000원에 스팩 주식이나 전환사채(CB)를 받는 조건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차익실현을 위해 합병을 성사시키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 최근에는 벤처캐피탈도 스팩 발기인에 이름을 자주 올리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보다 스팩 투자의 자금 회수기간이 짧기 때문인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풀이하고 있다. 스팩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도 합병 작업에 참여하기 때문에 이들의 합병 이력도 고려 대상이다.

일반인이 스팩에 투자하는 방법은 공모에 참여하거나 주식시장에 상장된 뒤 사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경쟁률이 부쩍 높아지고 상장된 스팩의 주가도 공모가보다 높은 수준에서 거래돼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2~3년 전만해도 공모에서 미달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일부 스팩은 공모가 밑에서 거래돼 증시에서 더 싸게 살수 있었다. 시장에서 웃돈을 주고 매수하기보다는 과열이 가라앉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새 스팩들 상한가 뒤 급등락…투자 유의할 필요

유진스팩4호·DB금융스팩7호 등
주식수 적어 세력이 흔들 가능성

최근 새내기 스팩들의 주가가 상장하자마자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뒤 급등락을 반복해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말 나란히 상장한 유진스팩4호와 디비(DB)금융스팩7호는 연이틀 상한가를 기록했다. 장중에 유진스팩4호는 5000원대로 치솟았고 디비금융스팩7호는 40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최근 이틀 동안에는 동반 급락했다. 스팩은 합병 전까지는 ‘현금 덩어리’에 불과해 주가가 오를 이유가 없다. 다른 스팩들은 대부분 공모가(2000원)를 조금 웃도는 2100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상 급등’ 스팩의 원조는 앞서 지난달 3일 상장한 한화에스비아이스팩이다. 이 스팩은 상장 6거래일 동안 5차례나 상한가를 기록했고 다음날에는 장중 9750원까지 올랐다. 7거래일만에 공모가 대비 400% 가까이 오른 것이다. 상장 첫날부터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투자경고 종목으로 격상됐지만 별반 효과가 없었다.

이 세 스팩의 공통점은 자본금이 3억~4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작다는 데 있다.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가인데다 상장주식수가 400만주 안팎에 불과하다. 이른바 ‘품절주’로 분류돼 세력이 개입할 경우 주가를 들어올리기 쉽다. 비슷한 시기에 상장한 엔에이치스팩14호와 비교하면 이런 추론이 설득력을 갖는다. 이 스팩의 자본금은 8억원으로 ‘품절 스팩’보다 2배 이상 많다. 그런 탓인지 상장 이후 줄곧 2040원 안팎에서 소폭 등락을 거듭하며 정상적인 스팩 주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새내기 스팩이 사전에 합병대상을 점찍어놓은 뒤 상장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한다. 과거에도 주가가 이상 과열을 보인 일부 스팩이 결국 조기에 합병한 사례가 있어서다.

이들 스팩 삼총사 덕분에 공모시장은 뜨거워졌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미달을 겨우 면했던 스팩 공모의 경쟁률이 지난달에는 300대1까지 치솟았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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