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로 올라서는 데 ‘청신호’가 켜졌다. 법제처가 카카오의 최대주주지만 카뱅 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않은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대주주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취지로 법령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해석은 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사실상 형해화시킬 것이란 논란을 부를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24일 “법제처가 ‘신청인인 내국법인의 계열주로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자를 포함하여 심사할 수 없다’고 법령해석 요청에 대해 회신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월9일 금융위는 인터넷은행 대주주 자격 심사에서 대주주의 범위를 카카오로만 볼지, 카카오의 최대주주인 김범수 의장까지 봐야 할지를 두고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요청했다. 은행법과 인터넷은행 특례법에서는 대주주가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은 전력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현재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김 의장이 지배하는 카카오는 올초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 완화를 담은 인터넷은행 특례법 시행에 따라 지난 4월 카뱅 대주주 심사를 신청했다.
일단 금융당국은 이번 법령해석으로 김 의장의 형사재판과 관계없이 카카오가 신청한 대주주 심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현재 증권사·보험사 등의 대주주 심사를 규정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최대주주 개인의 범죄 전력까지 보도록 규정한 것을 고려하면, 더 큰 사회적 신용도를 요구받는 은행을 두고 법제처가 규제 대상의 ‘실질’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복수의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인터넷은행 특례법이 뿌리를 둔 은행법의 취지나 금융회사지배구조법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땐 카카오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계열주’인 김범수 의장을 카카오뱅크 주식 직접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심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은행법 등이 이런 대주주 심사 범위와 관련해 법조문이 모호한 것도 사실이다”라고 짚었다. 입법 미비의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 의장을 심사 대상에서 배제한다면, 이른바 ‘재벌’ 대주주가 중간에 깨끗한 회사를 하나 끼고 인터넷은행을 지배할 경우 그의 범죄 전력 등은 은행을 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서 인터넷은행 특례법은 제한적으로 재벌 등에도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주는 대신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범죄 전력 조회를 추가하는 등 사회적 신용도 심사 규제를 강화했다. 하지만 이번 법령해석은 이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수 있다.
김은정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팀장은 “동일인 단위로 적격성을 심사하도록 한 금융기관 감독의 근간을 망각하는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박수지 정세라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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