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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마이데이터의 힘…흩어진 금융정보 꿰니 ‘카드 발급 부적격’ 탈출

등록 2019-06-26 18:40수정 2019-06-27 10:23

Weconomy | 경제의 창

금융이력 부족해 신용카드 못 만든
주부·사회초년생 등 4명 중 1명
뱅크샐러드 취합 정보에 신용도 올라
신한카드 발급 받아 ‘금융소외’ 탈출

개인 ‘정보주권’ 바탕 마이데이터 산업
법적 근거 없어 확장성은 아직 한계
“국회 계류 법안 통과돼 본격화 땐
합리적 자산관리 유도 역할 등 기대”
마이데이터 사업을 추진하는 핀테크 업체 뱅크샐러드 김태훈 대표(맨 오른쪽부터)와 장한솔 전략기획실 피엠오(PMO), 이유진 법무팀장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마이데이터 사업을 추진하는 핀테크 업체 뱅크샐러드 김태훈 대표(맨 오른쪽부터)와 장한솔 전략기획실 피엠오(PMO), 이유진 법무팀장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평소대로라면 신용카드를 발급 받기 어려운 이들 4명 중 1명꼴로 카드를 발급 받았다. 카드사가 실적을 늘리기 위해 카드 발급 기준을 낮춰서가 아니라, 더 많은 금융정보를 받아 보다 정확한 발급심사를 할 수 있어서였다. 이는 지난 4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신한카드가 모바일 자산관리서비스 ‘뱅크샐러드’에서 카드 발급을 신청한 이들로부터 다른 금융사 잔액 정보를 받아 심사한 결과다. 신한카드를 신청한 이들 중 76%가 뱅크샐러드에 쌓인 금융정보 제공에 동의했고, 이 가운데 4명 중 1명꼴(24%)로 기존대로라면 카드 발급이 어려웠을 이들이 카드를 만들 수 있었다. 주부나 사회초년생처럼 금융정보가 많이 쌓이지 않아 신용등급이 좋지 않게 나오는 이른바 ‘금융이력부족자’(thin filer)들이 주요 대상이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사업본부 관계자는 “금융실적이 없더라도 다른 은행에 충분한 예금 잔액이 있을 수도 있는데 카드사는 파악할 수 없었다”며 “개인의 정보이동권을 보장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활성화되면 데이터 사각지대 문제가 해소돼, 기존 금융에서 소외되던 고객까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그래픽을(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내가 쓴 ㄱ카드 내역, ㄴ은행 이체 정보, ㄷ증권사로 거래한 투자 손익정보 등은 누구 데이터일까? 당연히 내것이라 여기지만, 내것처럼 편하게 쓰기도, 도움받기도 어렵다. 핀테크(금융+기술) 발전으로 개인의 자산관리를 지원하는 서비스도 나오고 있지만, 기존 금융사가 협조해주지 않는 이상 정보 이동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정보의 주체인 개인에게 ‘정보 주권’을 돌려준다는 취지로 마이데이터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금융 분야에서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를 고객 동의하에 제3자가 고객을 대신해 여러 금융기관에 개설된 계좌의 잔액과 거래내역 등 개인금융정보를 수집하거나 지급을 지시할 수 있는 서비스로 나타나게 된다.

금융정보, 힘의 균형이 바뀐다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뱅크샐러드 사무실에서 만난 김태훈 대표는 마이데이터 산업이 본격화되면, ‘금융 정보의 힘의 균형’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 금융사의 힘의 원천은 금융당국 ‘인가’에서 나오지만, 마이데이터 사업은 방점이 개인의 정보 주권에 있습니다. 고객에게 잘 보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고객에게 꼭 필요한 상품이 아니라 수수료가 많이 남는 상품을 추천한다면 고객은 언제든 다른 서비스로 갈아타기 쉽다는 얘기다. 이유진 법무팀장(변호사)은 “개인으로부터 나오는 데이터인데도 기업이나 기관이 데이터를 마치 자기 재산처럼 쓰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유럽에서 마이데이터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현재 국내에서는) 애초 정보의 주인인 개인이 어느 정도까지 정보를 인식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 모호하다”고 설명했다. 마이데이터의 법적근거를 담은 사실상 정부안인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지난해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해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긍정적 ‘넛지’ 효과도 기대

법안이 통과된다고 소비자가 받는 서비스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을까. 지금도 뱅크샐러드나 토스, 카카오페이 같은 핀테크 업체는 개별 금융사에 고객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일일이 접속해 내역을 스크래핑(긁어오는) 방식으로 가져와 금융정보를 앱에서 보여주고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을 총괄하는 장한솔 전략기획실 피엠오(PMO)는 “(법이 통과돼) 모든 금융사와 API(전산상 정보제공방식)로 직접 연결되면, 고객이 대출상환을 앞두고 잔고가 부족하거나 할 때에도 고객에게 바로 알려줄 수도 있게 된다”며 ‘서비스 확장성’을 강조했다. 미국에서 2천만명이 넘게 쓰는 ‘민트’ 서비스를 소개하기도 했다. 민트는 금융계좌와 부동산 등을 조회할 수 있는 기능은 기본이고 금, 미술품 등 다양한 자산정보까지 포괄한다. 장 피엠오는 “민트는 개인 관점에서 자산으로 볼 수 있는 대부분을 다룬다”며 “넷플릭스 등 콘텐츠 가입까지 한번에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 계좌에 일정 수준 양의 잔고를 유지하면서도 다른 계좌에서는 연체나 리볼빙으로 인해 높은 대출 이자를 부담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마이데이터 서비스로 본인 자산을 종합적으로 파악·관리한다면 개인의 비합리성을 완화하는 긍정적인 ‘넛지’(간접적인 행동변화 유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짚었다.

마이데이터 도입은 기존 대형 금융사에도 긴장감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업 특성상 과점 사업자라는 ‘지대’를 바탕으로 금융사가 계열사 금융상품을 밀어주거나, 상품 자체보다 인지도가 우선되던 왜곡된 현상은 독립적인 판매 채널의 등장으로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신한카드 사례처럼 기존 금융사는 마이데이터 사업자와 협업해 그동안 고객이 아니었던 이들을 신규 고객으로 발굴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또 기존에 내부 데이터만을 기초로 만들던 상품 개발도 더욱 정교해질 수 있다.

‘정보 주권’ 강조 뒤엔 페북·구글 견제 속내도

국내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 정책은 금융당국이 주도하고 있지만, 이미 마이데이터 산업을 제도화한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는 경쟁당국이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산업에서 데이터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제3자 진입을 허용해 정보 비대칭과 대형 금융기관의 독점적 지배력을 완화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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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정보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는 마이데이터 제도는 2016년 제정된 유럽연합(EU)의 GDPR(일반개인정보보호법)에 근거하고 있다. GDPR에서는 정보의 통지받을 권리, 접근권, 삭제권 등 정보 주체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들을 규정한다. ‘정보 주권’을 강조하지만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실리콘밸리의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견제용이라는 해석도 지배적이다. 실제로 올해 초 프랑스 정보자유국가위원회(CNIL)는 구글이 개인정보 제공 동의 절차와 관련해 GDPR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과징금 5000만유로(약 640억원)를 부과한 바 있다.

GDPR에서 마이데이터와 관련해서는 ‘데이터 전송 요구권’이 포함돼 있다. 금융 분야에 특화해서는 지급결제서비스지침(PSD2)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핵심은 개별 금융사가 API를 의무적으로 구축해 고객이 요구한다면 제3자를 통해 정보를 조회하고 지급지시 등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당한 이유 없이 특정한 사업자를 차별해서는 안된다고도 규정한다. 업무 처리 순서 등에 차별을 두면 기존 금융기관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고 현재의 금융 과점 구도를 오히려 고착화할 수 있어서다. 국내 마이데이터 산업 근거를 담은 신용정보법 개정안도 유럽 법령을 상당 부분 반영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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