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금리 대출 산정방식 7월 도입
“연 1천억~1조 이자부담 덜어줄것”
최종구 금융위원장 ‘무리한 추산’
연동 대출에 새 코픽스 적용해도
고정금리 상품보다 높은 금리 예상
‘정부가 과대포장’ 뒷말 나올듯
“연 1천억~1조 이자부담 덜어줄것”
최종구 금융위원장 ‘무리한 추산’
연동 대출에 새 코픽스 적용해도
고정금리 상품보다 높은 금리 예상
‘정부가 과대포장’ 뒷말 나올듯
정부가 금융소비자들의 이자비용 부담을 연간 1천억~1조원가량 덜어준다는 취지로 은행권 변동금리 대출 산정의 지표가 되는 새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를 7월부터 내놓도록 했으나,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크게 낮아지는 시장 변화로 금융소비자들이 당분간 혜택을 체감하긴 힘들게 됐다. 대통령이 해당 정책을 격찬한 데 따라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혜택 추산치는 처음부터 논란에 휘말렸는데, 역시나 무리수를 둔 ‘과대포장’이란 뒷말을 피하긴 어려운 처지다.
4일 주요 시중 은행들의 금리 자료를 보면, 대표적 가계대출 은행인 케이비(KB)국민은행 고정금리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가 2.48%로 잔액 코픽스 연동 변동금리 상품 최저금리(3.37%)보다 0.89%포인트나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고정금리 대출상품은 시장금리가 올라도 소비자에게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할 수 없는 탓에 변동금리 상품보다 금리가 더 높아야 하는데 지난해 11월 이후 반년 넘게 역전현상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는 경기둔화 전망 등을 반영한 장기 채권금리가 계속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금융위는 역전현상이 덜 했던 지난 1월 변동금리 대출상품의 금리 인하를 겨냥해 새 코픽스 지표금리 정책을 내놨다. 주요 은행의 현재 수신 잔액을 조달하는 데 쓴 비용을 산정하는 방식을 바꿔서 현 잔액 코픽스보다 0.27%포인트 정도 낮은 새 잔액 코픽스를 만들고, 여기에 연동한 대출상품들을 내놓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굉장한 것”이라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게 자세한 설명을 해줄 것을 주문했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연간 적게는 1천억원, 많게는 1조원 이상의 (이자비용 절감)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으로 파악된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이런 추산은 애초부터 무리한 것이란 지적이 잇따랐다. 일단 금융위가 발표한 추산 혜택의 최솟값과 최댓값이 열배 가까이 격차가 났다. 실질적으로 영업마진을 줄여야 할 은행권이 새 코픽스 연동 대출상품에 대해 얼마나 적극적인 마케팅을 할지, 소비자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출상품 갈아타기에 나설지, 실제 대출상품 금리를 얼마로 책정할지 등 시장 불확실성 측면이 컸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융위의 혜택 추산을 결정적으로 무색하게 만든 것은 소비자가 변동금리 상품을 선택하려야 할 수 없는 시장금리 환경의 변화다. 은행권에선 금융당국의 정책 의지에 따라 실제 0.27%포인트 안팎 내려간 새 코픽스가 15일 공시되고 이에 맞춰 그만큼 금리가 낮아진 새 코픽스 연동 대출상품들이 동시에 출시될 예정이다. 하지만 은행권은 “이 상품이 실제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은행은 고정금리 상품이 잔액 코픽스 연동 상품보다 금리가 0.89%포인트 낮아서, 대출금 1억원당 연간 이자가 89만원이나 더 싸다. 변동금리형 상품의 금리를 0.27%포인트 낮춰봐야, 여전히 고정금리 상품의 이자비용이 연간 62만원이 더 싼 상황이다. 애초 1천억원~1조원 이자 절감 효과는 잔액 코픽스 연동 상품이 예년만큼 팔리고, 중도해지 수수료 없이 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소비자들이 새 잔액 코픽스 상품을 대거 선택한다는 전제 아래 추산됐는데, 시장이 바뀌어 이런 전제들이 잘 작동하지 않게 된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은 정부가 독려하는 상품 판매에 어떻게든 성의를 보여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하반기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진 터라 주택담보대출 등에서 시장금리 변화를 완만하게 반영하는 새 잔액 코픽스 상품을 소비자한테 팔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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