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진국 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이 대규모 원금손실을 낼 위기에 처한 가운데 케이이비(KEB)하나·우리은행이 90살 이상 초고령자 13명과 80대 202명에게도 상품을 판 것으로 드러났다. 생애 주기상 고위험 투자를 하기 적정하지 않은 초고령자들에게 100% 원금손실이 날 수 있는 고위험 투자상품을 판매한 데 대해 불완전판매 등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90살 이상의 초고령자를 상대로 각각 11명과 2명에게 디엘에프를 26억원 상당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명당 2억원 상당을 투자한 셈인데, 하나은행은 현재 기준 원금 60% 가까이, 우리은행은 전액 가까이 손실을 볼 상황에 처해 있다.
두 은행은 80대 고객 202명에게도 한 명당 4억원가량 815억원 상당을 팔았다. 고령자라고 해서 금융상품 이해도가 무조건 낮은 것으로 보긴 어렵지만, 80~90대 고객은 생애주기 특성으로 볼 때 이런 고위험 투자 상품을 권유하기엔 적정하지 않다. 두 은행이 판매한 상품들은 연 환산 4% 안팎 수익률이지만 만기가 짧은 탓에 금융회사가 떼가는 1% 이상의 수수료를 고려하면 은행권 정기예금보다 약간 나은 수준의 수익률을 제공한다. 이런 상황에서 80~90대가 은행권 정기예금보다 약간 나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막대한 원금손실 위험을 감수하기엔 적정하지 않다는 얘기다. 원금손실을 크게 볼 경우 생애주기상 근로소득 등 이를 회복할 다른 기회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70대 고객 역시 이런 고령층이긴 마찬가지인데 440명이 920억원을 보유해, 한 명당 2억원가량 투자원금이 물렸다.
특히 초고령층 집중도는 하나은행이 더 심했다. 이 은행의 판매 잔액은 80대 이상에 19%가 몰려 있다. 우리은행 판매 잔액은 80대 이상에 4%가 남아 있다. 70대나 60대 이상으로 범주를 넓혀 보면 하나은행은 각각 판매 잔액의 34%, 58%가 우리은행은 각각 13%와 34%가 쏠려 있는 상황이다.
결국 두 은행의 디엘에프 개인 고객 3461명 중 655명(19%)이 70대 이상이며, 개인 고객 판매 잔액 6202억원 중 1761억원(28%)이 이들의 몫이다. 현재 대규모 원금 손실 상품을 떠안고 있는 고객은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70~90대 노인이고, 잔액 4분의 1이 이들의 노후 재산인 셈이다.
김병욱 의원은 “이번에 문제가 된 디엘에프는 최고 위험인 1등급 수준의 파생결합형 전문 사모펀드인데 만 70살 이상 고령자가 상당수인 만큼, 소비자가 상품을 제대로 이해한 상태에서 가입했는지 의문”이라며 “특히 80살 이상 초고령자 가입자가 215명에 달하는 만큼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불완전판매 여부를 밝혀 피해자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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