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여의도 케이디비(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이동걸 산은 회장이 취임 2돌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 산업은행 제공
이동걸 케이디비(KDB)산업은행 회장이 대표적 정책은행인 산은과 수출입은행의 합병 필요성을 정부에 건의하는 등 공론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정책금융기관 수장이 스스로 정책금융 기능의 중복과 비효율을 들고나온 것이어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이 회장은 현재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과 관련해선 재무적 투자자(FI) 이름 뒤에 있는 경영 참여 전략적 투자자(SI)들이 빨리 모습을 드러낼 것을 촉구했다.
이 회장은 10일 취임 2돌을 맞아 연 기자간담회에서 “정책금융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앞으로 산은과 수은의 합병도 (정부에) 건의해 볼 생각”이라며 “둘을 합병해야 더 강력한 정책금융기관이 나올 수 있고, 될성부른 곳에 대한 집중적 지원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런 합병 견해에 대해 “산은 내부에서도 검토가 이뤄진 게 아니고, 정부와 협의도 이뤄지지 않은 사견”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그는 “남은 임기 동안 면밀한 검토로 정부와 협의해볼 생각이다. 정책금융도 구조조정을 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고 말해 ‘작심 발언’임을 강조했다.
이 회장의 이런 발언은 부실 산업의 구조조정에 이어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혁신기업과 신산업을 키우는 게 산은의 주요 목표라는 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런 투자를 확대하기에 산은의 자금 여력이 부족한데, 산은-수은 합병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담당부처인 금융위원회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 번도 논의해본 적 없던 사안”이라며 “(산은 회장) 개인적 차원의 아이디어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산은은 ‘이동걸 회장 개인 의견 개진’이란 취지의 보도 참고자료를 다시 한 번 배포했지만, 이 회장이 “산은과 수은 합병에 ‘매진’하겠다”는 발언까지 한 터여서 향후 정책금융 기능 재편을 둘러싼 공방이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산은 지방 이전론’에 대해서도 “글로벌 경쟁력 가져야 할 시점에 지방 이전은 퇴보라고 생각하며, 쓸데없는 논의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선, 이 회장은 “재무적 투자자(FI) 단독으론 안 된다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현재 예비입찰에서 애경그룹, 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케이시지아이(KCGI), 스톤브릿지캐피탈 4곳이 적격 인수후보(쇼트 리스트)에 선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모펀드 두 곳은 전략적 투자자가 누구인지 베일에 가려져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비밀유지에) 이유가 있겠지만, 맞선을 보려면 언젠가는 나타나야 한다”며 “얼굴을 보이고 결혼하자고 해야지, 조만간 발표하고 나타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매각 흥행이 부진하다는 시선에 대해선 “(산업 경기가) 바닥에 있을 때가 인수자에게 유리한 국면이고, 아시아나는 상당한 노선 라이센스를 가졌으니 계획을 가진 사람이 중장기적으로 보고 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세라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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