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피해자들이 ‘디엘에프 특별검사 결과 발표 촉구’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9월 이래 원금 전액 손실 사태까지 초래했던 우리은행 판매 독일 국채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일부가 12일 처음으로 원금을 보전하고 수익을 내며 만기를 맞게 됐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 협상 진전 등으로 글로벌 금리가 반등세를 나타낸 덕분이다. 독일 디엘에프 전체 판매액 1200여억원 중 4분의 1 정도에 대해선 원금 보전과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이런 수익률 회복과는 무관하게 제재와 분쟁조정을 진행할 의지를 표명했다.
우리은행은 12일 만기를 맞는 디엘에프 2개 상품 중 잔액 70억 상당의 상품은 -2.2% 손실로, 113억원 상당의 상품은 2.2% 수익을 내는 것으로 확정됐다고 11일 밝혔다. 두 상품은 만기일은 같지만 만기 기초자산 가격 평가일이 7일과 8일로 달라서 손익이 갈렸다. 이들은 기초자산인 국채 10년물 금리가 -0.3%에서 0.01%포인트 떨어질 때마다 투자원금을 3%씩 깎아먹도록 설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평가일 금리가 전자는 -0.313%, 후자는 -0.284%로 확정돼 손익이 갈렸다. 또 기초자산 가격 평가일이 하루 더 빨랐던 11일 만기 독일 상품(28억 상당)의 경우 평가일 금리가 -0.346%로 더 낮았던데다 배리어가 -0.25%로 더 높았던 탓에 투자원금을 21.5%나 잃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문제가 된 독일 디엘에프 전체 판매액 1230여억원 가운데 12일 만기를 맞는 113억원 규모의 1개 펀드에 이어 19일 만기를 맞는 192억원 규모 2개 펀드 정도가 현 금리수준에서 원금손실 없이 수익이 확정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로써 독일 디엘에프는 모두 만기가 끝난다”고 말했다.
또 만기가 주로 내년에 몰려 있는 영-미 이자율 스와프(CMS) 금리 연계 디엘에프도 글로벌 금리 반등세로 현재 상당부분이 수익구간에 들어섰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영-미 상품은 모두 내년 만기로 2700억원 중 중도환매 몫을 제외한 투자금 잔액 2400억원 전부가 정상 수익 구간에 들어섰다”며 “다만 글로벌 금리가 변동하므로 만기 손익 여부를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케이이비(KEB)하나은행 관계자도 “영-미 상품 3800여억원 중 올해 만기를 맞거나 중도 환매한 일부 고객 투자원금은 손실을 봤지만, 투자금 잔액 2949억원 중 43%인 1272억원 정도가 현시점엔 원금을 보전하는 수익구간에 들어갔다”며 “현 금리수준이 유지되면 이달 하순부터 연내 만기를 맞을 98억원 정도가 사태 이후 처음으로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숨은 금융자산 찾기’ 캠페인에서 기자들과 만나 “(디엘에프 수익률 회복과는) 무관하게 제재나 분쟁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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