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회장 후보를 내기 위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이르면 이번주 늦으면 다음주에 가동될 것이란 ‘조기 출발신호’가 나와 금융권 안팎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내년 1월에 회추위를 진행할 것이란 통상적 예측이 깨졌기 때문이다. 회추위 시기 자체가 채용비리 1심 선고를 앞두고 연임에 도전하는 조 회장과 경쟁 후보들의 유불리와 연관된 예민한 사안이다. 이해관계자들의 ‘계산기’가 빠르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26일 신한금융과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신한지주 이사회 내 소위원회인 회추위가 조만간 첫회의를 열어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시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회추위는 통상 첫회의로부터 보름여 뒤 최종 후보를 확정한다.
이번 회추위가 세간의 예측보다 당겨지는 움직임에 대해 ‘채용비리 재판 변수’가 거론된다. 조 회장은 임기 중 오렌지라이프생명을 인수했고, 4대 금융지주 중 리딩뱅크 지위를 지키는 등 실적 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조 회장은 신한은행장 재직 시절 채용비리 혐의(업무방해 등)로 기소돼 최근까지 1년 넘게 형사재판을 오가고 있는 점이 변수다.
현재 신한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난 지 5년이 지나지 않았거나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그 유예기간 중에 있을 경우 최고경영자 자리를 맡을 수 없다. 신한금융은 내부규범을 해석할 때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1심에서 유죄가 나온다고 해도 그대로 적용하지 않는다곤 하지만, 법률적 리스크는 부담이다. 앞서 채용비리 사태로 사퇴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1심에서 실형을 받아 법정구속됐고, 2심에서도 실형이 유지됐다.
서울동부지법 재판부는 조 회장에 대해 12월 중순 이후 결심공판을 하고 1월 중 선고공판을 하겠다는 예고를 한 상태다. 회추위 개최 시기 자체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이유다. 선고일정이 임박한 상황에서 사외이사들이 법률적 리스크와 후보별 유불리를 어찌 판단하고 있느냐를 나타내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조 회장뿐 아니라 주요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도 신한카드 재직 시절의 채용비리 문제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신한금융그룹의 한 관계자는 “위 전 행장은 아직 재판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조 회장의 재판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1월에 회추위가 진행될 경우 선고공판 시기와 딱 맞물린다”며 “검찰 구형과 선고공판이 확정되기 전에 회추위를 빨리 끝내는 게 낫다는 게 조 회장의 연임을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어떤 판단을 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앞서 금융당국은 올해 초 채용비리 재판이 진행 중이던 함영주 케이이비(KEB)하나은행장의 3연임 판단을 앞두고 하나금융 쪽에 ‘법률적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부정적 의사를 전달한 전례가 있다. 당시 당국은 1심 전 리스크 판단에서 이른바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일관성’에 대해 고심하는 분위기다. 이와 별도로 ‘관치 논란’을 의식해 말을 아끼는 측면도 상당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추위 개최 시기를 포함해 언급 자체가 예민해진 상황”이라며 “우리 역시 자의적 판단이 아니라 일관성과 전례를 보며 예의주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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