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재판 선고가 임박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가운데, 신한금융의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26일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한금융은 27일 “이사회 내 회추위가 26일 회의를 열어 지주 회장 후보군을 추리는 등 이미 후보 추천 관련 논의에 들어갔다”며 “2013년이나 2017년엔 회추위 시작을 공식 발표하는 것은 물론 단계별 회의마다 진행을 알리고 외부와 소통을 했으나, 이번엔 이사들이 굳이 그래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해서 추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은 회추위 첫 회의를 연 당일에는 이를 부인하다 하루 늦게 개최 사실을 알렸다. 신한금융이 예측을 깨고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한달 이상 앞당긴 데 이어 과거와 달리 회추위 일정 공표도 굳이 하지 않으려는 상황이다.
신한금융 쪽은 과거와 달리 회추위 진행 일정에 대해 금융당국과 소통하던 관례도 깬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금융 이사들은 ‘민간 금융회사의 회장 추천은 이사회의 권한과 책임인데, 진행을 일일이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하느냐’는 입장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한이 당국에 일정을 ‘노티스’(통지) 하지 않았고, 금융감독원이 신한금융 종합검사를 나가 있다보니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회추위는 이사회 내 소위원회로 7명의 이사로 구성된 상시기구다. 회추위 규정상 3월 하순에 돌아오는 현직 회장의 임기 만료 두달 전까지 지주 회장 후보를 확정해야 한다. 이에 보름 정도 걸리는 후보 추천 절차를 통상 1월 중에 시작해 1월 하순 전에 마무리짓는 게 통례였다. 지난 2017년엔 1월4일에 첫 회의를 열어 닷새 뒤인 9일에 최종후보군(숏리스트)을 발표하고 최종 면접 등을 거쳐 20일 조용병 회장을 후보로 확정했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 회추위 추천 절차도 12월 중순 이전에 끝날 것으로 보인다.
차기 회장의 주요 후보군 가운데 연임에 도전하는 조 회장이 가장 선두에 서 있다. 또 2017년에도 지주회장에 도전했던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은 물론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등 주요 계열사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들이 당연직 후보로 포함된다.
이번 회추위가 예전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배경에 대해선 세간에서 여러 해석이 나온다. 먼저 조 회장의 채용비리 구형이 이뤄지는 결심공판이 12월18일, 1심 선고가 1월 중으로 예고된 상황에서 회추위가 법률적 리스크가 최고조로 올라가는 시기를 의도적으로 피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조 회장의 연임에 ‘채용비리 선고’와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리스크 판단’이 가장 큰 변수이기 때문이다. 반면 회추위가 이러한 세간의 ‘잡음’과 ‘억측’을 차단해 독립성을 확보하고, 지배구조 불안정을 조기에 해소하려는 의도가 드러난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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