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결합펀드(DLF)피해자대책위원회, 금융정의연대 등 회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DLF 사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개최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하나은행의 불완전판매가 아닌 사기판매라고 주장하며 계약 무효와 일괄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주요국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분쟁조정에서 은행 본점이 상품 출시단계부터 잘못을 저지른 점을 손해배상 비율에 처음 반영했으나, 모든 손실 고객에 대한 ‘일괄배상’은 외면해 논란이 예상된다. 출시단계 잘못은 모든 손실 고객에게 영향을 미쳤는데도, 불완전판매를 입증하지 못하면 배상을 못 받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은행에선 직원들에게 불완전판매 부인을 유도하는 방향의 대응 자료를 작성한 사실까지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5일 우리은행과 케이이비(KEB)하나은행은 일단 분조위 결정이 난 각 3건씩에 대해서는 그대로 배상을 진행하는 한편, 다른 금융소비자들에 대해서도 불완전판매 여부를 확인해 자율 조정을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불완전판매가 일단 인정되어야 배상비율 논의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어서 만만찮은 과제로 보인다. 금감원은 이날 상품위원회 미개최 등 출시절차 부실·리스크 분석 소홀 등 은행 본점 차원의 내부통제 잘못을 확인하고, 이와 관련해 20%의 손해배상 비율을 책정했다. 하지만 이런 출시단계 잘못에 대한 배상을 받으려면 일단 일선 판매창구에서 적합성·적정성 원칙 위반이나 설명의무 위반 등 불완전판매가 있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하지만 이는 금융소비자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이날 금감원은 특정 은행이 자체 조사에서 불완전판매 사례를 확인하고도 이와 다르게 금감원에 사실조사 답변서를 회신하고, 불완전판매 부인을 유도하는 피비(PB)용 질문·응답 자료를 작성하기까지 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은 자율 조정을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원칙적 답변을 하고 있지만, 향후 성과가 어떨지에 대해선 선뜻 예단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우리은행 쪽은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할 계획이지만 고객들이 자율 조정 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다시 분조위로 넘어가야 해서 처리 시한을 못박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쪽도 “손실이 확정된 고객들과 불완전판매 여부부터 얘기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와 피해자모임은 사기판매와 일괄배상이 인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대표는 “금융당국이 은행 본점 차원의 출시단계 잘못에 대한 손해배상 비율을 책정해 놓고도 손실이 난 고객들에게 일괄배상을 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며 “불완전판매 입증을 두고 거대 은행과 소비자가 싸워야 하는 상황은 바뀐 게 없다”고 비판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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