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 왼쪽)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오픈뱅킹 서비스 출범식’에 참석해 신한은행의 오픈뱅킹 활용 서비스 시연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20만원부터 투자하는 소액 자산관리 플랫폼인 ‘핀트’는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돈을 굴리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업체다. 원래는 증권사 창구를 통해 서비스를 팔았다. 하지만 규제 완화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직접 팔 수 있게 되자 지난 4월 모바일 앱을 선보였다. 용돈을 아껴 펀드를 사는 직장인 등 ‘투자하는 습관’을 지닌 젊은 세대를 모바일 투자 플랫폼에 끌어모으려 한 것이다. 수수료는 투자수익이 났을 때만 성과의 9.5%를 받는다.
이 앱은 19일부터 한 단계 더 진화한다. 통상 핀테크 앱들은 은행이나 증권사가 아니기에 자체 계좌를 제공하지 못한다. 핀트도 증권사와 협업해 위탁계좌를 만들도록 한 뒤 투자금을 굴린다. 그래서 고객들은 은행 앱에 들어가서 핀트의 증권사위탁계좌에 돈을 이체해야 투자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핀트 앱에 은행 계좌를 직접 연동할 수 있게 됐다. 시중은행의 용돈 계좌를 핀트 앱 안에 등록해두고, 200만원까지는 핀트 앱에서 사용하는 비밀번호로 아무런 인증절차 없이 투자금을 굴릴 증권사계좌로 이체할 수 있다. 이른바 ‘오픈뱅킹’이 핀테크 앱에서도 가능해진 것이다. 은행 앱이나 핀테크 앱 하나에, 고객이 동의만 하면 다른 은행이나 다른 핀테크 앱의 계좌·계정을 다 연동해 쓰도록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결제원은 18일 서울 소공동 한 호텔에서 ‘오픈뱅킹 서비스’ 전면 시행 출범 행사를 열었다. 이는 지난 10월30일 은행에만 한정해 시범 시작된 오픈뱅킹을 핀테크 업체에까지 개방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오픈뱅킹은 애초 10개 은행이 한달 반가량 시범적으로 운영했지만, 이날부터는 31개 핀테크 업체와 16개 은행이 서비스에 뛰어들고, 앞으로 참여 업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핀트를 비롯해 토스·카카오페이 같은 핀테크 업체는 물론, 주요 시중은행들이 행사장에 전시 부스를 열어 핵심 서비스들을 시연했다.
현재의 오픈뱅킹은 잔액과 거래명세 조회, 출입금 이체 서비스가 주된 내용이지만, 앞으로 은행 앱과 핀테크 앱의 플랫폼 진화 경쟁에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내년부터는 위비뱅크 앱 하나로, 다른 은행 계좌뿐 아니라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 같은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 주요 유통업체들의 포인트 계정까지 모두 연동해 플랫폼 성격을 강화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오픈뱅킹을 계기로 ‘플랫폼’ 성격을 강화하려고 고객이 동의하면 다른 은행 신용대출 현황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함께 선보였다. 타은행 신용대출 현황을 확인하면서, 하나은행의 모바일 비대면 대출과 조건을 비교해보란 취지다. 국민은행은 오픈뱅킹에 계좌 정보가 집적되는 데 대한 고객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연동된 여타 계좌의 이체기능에 ‘잠금’을 별도로 설정하는 기능을 추가해 눈길을 끌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오픈뱅킹은) 은행과 은행, 은행과 핀테크 기업 간 벽을 허물고 경쟁과 협력을 유도할 것이며, 은행은 플랫폼으로서 뱅킹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은 위원장은 “일간 출금한도 제한 등 오픈뱅킹의 안정성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면서도, 소비자 신뢰를 위한 철저한 보안점검을 당부했다. 오픈뱅킹에서 하루 이체 한도는 1천만원으로 한정된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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