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회복 이끌지 일부 CEO 거취 주목
은행권 최고경영자(CEO)들의 ‘신년 일성’에서 고객과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고 소비자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해 대규모 원금 손실과 불완전판매 비판을 초래한 파생결합상품(DLF) 사태가 터진데다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피해도 확대일로로 진행되는 등 금융회사에 대한 신뢰도가 큰 타격을 받은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전 KEB하나은행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 주요 인사들은 저마다 투자손실·채용비리 같은 고객·사회의 신뢰를 흔든 사건들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나 법정 선고를 앞두고 있어, 향후 거취에 고비를 맞은 상황이다.
2일 주요 금융그룹과 은행 최고경영자들의 신년사를 보면, 독일 국채금리 연계 디엘에프의 원금 전액 손실 피해 등을 수습 중인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올해 가장 중요한 목표는 고객의 믿음과 신뢰를 되찾는 것”이라며, 고객신뢰와 혁신으로 1등 종합금융그룹이 되는 게 경영목표라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디엘에프 사태에 이어, 대규모 손실 우려가 제기되는 라임 펀드도 은행들 중 가장 많이 판매한 상황이어서 향후 소비자 보호 이슈가 큰 상황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손 회장에게 중징계안을 사전 통보했고 오는 16일 이를 확정하기 위한 첫 제재심이 열린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신뢰’를 강조했다. 조 회장은 ‘일류신한’으로 나아가는 세가지 길을 제시하면서 첫번째로 ‘신뢰’를 꼽았다. 그는 “일등은 상대적 순위에 불과하지만 일류는 고객과 사회의 절대적 신뢰를 의미한다”며 “고객 중심 신 평가제도, 고객 투자자산 모니터링 강화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고객 퍼스트’(First·우선)를 실천하자”고 강조했다. 신한그룹 역시 신한금융투자가 라임 펀드를 대규모로 판매한데다, 조 회장은 오는 22일 채용비리 관련 선고 일정이 잡혀있다.
디엘에프 제재나 채용비리와 관련해 함영주 부회장 등이 법적 절차를 기다리고 있는 하나금융의 김정태 회장도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는 신년사를 내놨다. 김 회장은 신년사에서 “미국 주요기업 최고경영자들로 구성된 협의체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이 발표한 성명서에서 사회적 책임을 기업의 목적이라고 선언하는 등 기업의 책무가 더이상 이익의 추구가 될 수 없다는 게 명확해지고 있다”며 “주주의 이익뿐 아니라 손님, 직원, 나아가 사회구성원 모두의 이해관계를 충족시켜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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