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 채무자가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채무조정 협상을 요청할 수 있고, 금융사가 불법·과잉 추심을 하면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방안이 내년에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17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채무조정 인프라를 채무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소비자신용법’ 제정안의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이 법안은 현행 대부업법을 확대 개편한 것으로 채무자의 재기를 지원하고 추심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마련된다.
금융위는 우선 채무 상환조건과 계획을 변경해 재기를 지원하는 ‘채무조정요청권’을 도입한다. 이는 채권자와 채무자 간 개별적인 채무조정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연체 채무자가 채권자(금융사)에 채무조정 협상을 요청하는 경우 채권자에 이에 응할 의무를 부과한다. 채권자는 채무조정 협상 기간에 추심을 금지하는 등 협상에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
연체가 지속되는 한 무한 증식되는 연체 채무부담도 일정 수준으로 한정하기로 했다. 연체가 일정 기간 지나면 연체 부담이 끝없이 증가하는 연체 이자 부과방식을 바꾼다는 의미다. 민법상 5년인 소멸 시효를 기계적으로 연장하는 관행 역시 개편하기로 했다.
채무자의 정상 생활을 보장하고자 과잉추심을 제한하는 장치도 마련한다. 추심 연락 총횟수를 제한하는 추심총량제, 직장 방문이나 특정 시간대 연락을 금지하는 연락제한요청권도 도입한다. 불법·과잉 추심에 대해선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방안도 도입한다.
금융위는 현재 태스크포스를 통해 소비자신용법 제정안을 마련 중이다. 소비자신용법은 대출모집과 최고금리 등 대출계약 체결 부문에 집중된 현행 대부업법에 연체 후 추심·채무조정, 상환·소멸시효 완성 등 내용을 추가한 것이다. 금융위는 올 하반기에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내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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