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올해 업무계획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 제공
금융위원회는 대표적인 혁신기업 1천개를 선정해 정책금융기관의 투자와 대출, 보증 등 방식으로 3년간 최대 40조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책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은행·보험·증권사 등 민간의 대형 금융회사들도 모험자본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등 혁신금융에 ‘올인’을 하는 모양새다.
금융위는 19일 ‘2020년 업무계획’에서 ‘금융안정에 기반한 혁신금융과 포용금융’을 실천하기 위한 10대 핵심과제를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브리핑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좀 더 혁신의 길로 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혁신금융을 위한 과제들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먼저 관계부처 협업을 통해 국가대표 혁신기업 1천개를 선정하고 40조원을 지원해 글로벌 플레이어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 등에서 투자 15조원, 대출 15조원, 보증 10조원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들 기업에 대해서는 담보 관행에서 벗어나 혁신성이나 성장잠재력 등을 기준으로 심사해 지원할 방침이다. 또한 글로벌 성장성을 갖춘 혁신기업 30개에 대해서는 국내외 대형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유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은행·보험 등 민간의 대형 금융회사들이 대규모 모험자본을 공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벤처캐피털이 은행·보험 등 지주그룹 내 다른 자회사로부터 자금을 공급받아 대형 벤처펀드를 조성해 투자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금융 관련 업종으로 한정된 은행·보험 자회사 범위를 핀테크 기업과 혁신창업기업으로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증권사가 혁신기업 발굴과 성장 지원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업무 범위를 확대한다. 이른바 ‘벤처대출’을 증권사 겸영 업무에 추가해 장기적으로 ‘한국형 실리콘밸리은행’(SVB, 벤처대출 전문은행)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벤처대출은 벤처캐피탈 등 기관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을 말한다. 또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벤처캐피털 등이 다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하고 거래소에 상장해 비상장기업 등에 투자하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도 도입한다. 대형 증권사가 초기 창업기업을 적극 발굴·육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액셀러레이터 겸업을 허용한다. 액셀러레이터는 창업자 선발과 초기 자본투자, 창업자 전문보육 지원 등의 역할을 한다.
금융위는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 등 실생활과 밀접한 금융상품의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는 작업에도 나선다. 운전자의 자기책임 원칙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음주운전 사고 시 운전자가 내야 하는 사고부담금을 인상할 방침이다. 금융위와 국토교통부는 1분기 중 인상 수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실손의보는 의료 이용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는 방식으로 상반기 중 개편한다. 이르면 연내 출시되는 새 실손보험 상품은 병원을 많이 가는 사람에게 더 많은 보험료를 내도록 구조를 바꾸는 방향이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