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5일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출범을 위해 금융권 협회장들과 금융지원 협약을 맺었다. 사진 금융위 제공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이달 초 출범한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가 지난 13일 한화솔루션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화솔루션은 3년 만기 무보증 공모사채 2100억원 모집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섰으나 유효한 매수 주문이 600억원에 그쳤다. 채안펀드가 참여하지 않자 다른 기관투자자들도 참여를 꺼린 것으로 알려졌다.
채안펀드 통합운용사인 아이비케이(IBK)자산운용이 하위 운용사들에 보낸 투자가이드라인에는 ‘AA-’ 등급 이상, 만기 3년 이하 회사채를 매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현재 ‘AA-’ 등급인 한화솔루션은 매입 대상에 포함된다.
그러나 펀드매니저들은 최근 신용평가사가 이 회사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한 것을 들어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 회사채를 매입했다가 몇달 뒤 등급이 실제로 ‘A+’로 하향조정되면 투자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경계선상에 있는 회사채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은 만들어져 있지 않은 상태다. 아이비케이자산운용 쪽은 “이것은 운용의 영역으로 특정 종목의 편입 여부는 펀드매니저 판단에 맡겨져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한화솔루션처럼 등급 하향조정 대상에 올라갈 기업들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신용평가사들은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인 평가 조정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미국은 이에 대비해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매입대상으로 ‘BBB-’ 이상이거나, 3월22일 이후 등급이 강등된 경우 매입 시점에 ‘BB-’ 이상인 회사채까지 매입하는 것으로 기준을 구체화해놓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채안펀드가 명칭에 써있는대로 시장 안정을 위해 만들어졌는데 이렇게 소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조성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이비케이자산운용 관계자는 “현재 채안펀드가 3조원으로 출발했는데 앞으로 최대 20조원까지 증액할 예정이기 때문에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면 자금을 더 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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