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상당한 투기성 세력이 존재한다며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것을 우려했다.
윤 원장은 28일 취임 2돌을 맞아 출입기자단과의 서면간담회에서 최근 원유 상장지수증권(ETN) 투기와 관련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비트코인 문제가 생기기 전후해서 한국에 상당한 투기성 세력이 존재한다. 유동자금이 많고 금리가 낮아지면서 부동산도 못하게 억제하니까 ‘동학개미’나 이티엔으로 나타나는 거 아닌가 싶다. 이게 약간 시스템 리스크화 된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이티엔 문제도 (괴리율) 20%대를 단일가 매매를 하고 30%는 거래 정지를 하면 다른 데로 갈 것”이라며 “단기적인 솔루션은 없다고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사들이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만들어 중화시켜 줘야 하는데 금융투자회사는 그런 걸 못하고 은행은 이런 상품을 그대로 팔면서 불완전판매에 휘말려 들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부분에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재임 중 가장 큰 고비가 언제였느냐는 질문에 “고비는 최근이었다. 디엘에프(DLF) 사태 이후”라고 말했다. 이는 국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F)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해 지난 2월 우리·하나은행의 당시 최고경영자를 중징계 조처한 이후 해당 금융회사의 반발과 일부 언론의 비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윤 원장은 “시계를 몇달 돌려도 내 의사결정은 똑같았을 것”이라며 “일부는 소통의 문제가 좀 있었고, 오해도 좀 있었다. 그래서 그 후로는 조금 더 신중하게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소통이나 오해의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한국 금융이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그래서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은 생각이 많았다”며 당시 제재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저성장·저금리 환경에서 소비자들은 고수익을 원하고, 금융사들이 동조하면서 고위험·고수익 추구가 알게 모르게 퍼져 있었다”며 “금융회사들에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이 너무 과중한 벌을 줬다고 읽혔던 것 같다”며 “그런데 사실 해외를 보면 우리보다 훨씬 과중한 제재가 나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중대한 일의 재발 방지를 위해 책임을 누군가 져야 하니 그런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외환파생상품 키코 분쟁 조정과 관련해선 “기업을 살리는 것이 주주 가치에 반한다는 은행 측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회적으로 10년 이상 미완의 숙제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걸 정리하고 가는 건 한국 금융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 갔다가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연루돼 구속된 김아무개 전 팀장에 대해 “검찰 수사를 보고 징계할 것”이라며 “다른 직원들까지 깊이 내부감찰을 하진 않았지만 연관된 사람이 나오면 감찰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남은 임기의 과제에 대해 “(DLF·라임 등) 경험을 거울삼아서 상시감시체계를 보완하겠다”며 “밖에선 못 알아줘도 내부적으로는 최선을 다하고 소통 노력을 하면 국민들이 조금씩 신뢰 점수를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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