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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금감원 파이터 딱 하나의 주문…“외압 휘둘리지 말고 원칙대로”

등록 2020-05-11 18:47수정 2020-05-12 02:34

퇴임 앞둔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

2년반 임기 금감원 ‘야성’ 일깨워

이건희 차명계좌 등 뜨거운 현안
‘대기업 봐주기 용납 않겠다’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터지자
국제회계 영어본 읽으며 대응

자본시장 위기 관리에 역점
특사경·사모펀드 규제 마찰도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 한겨레 자료사진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 한겨레 자료사진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빌딩 11층 사무실에서 퇴임을 준비하고 있었다. 3월말께 사의를 표명한 뒤 정리 작업을 해왔는데 거의 끝나간다고 했다. 지난 2년반의 임기 동안 많은 일을 겪어서인지 속이 후련한 표정이었다. 그는 학교로 돌아간다고 했다.

개혁 성향의 경제학자 출신인 원 부원장(자본시장·회계 담당)은 2017년 11월 명지대 교수(경영학과)에서 금감원의 ‘파이터’로 변신했다. 금감원 20년 역사에서 외부에서 온 임원 중에 가장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 인물로 평가받는다. 금감원의 한 간부는 “금감원이 금융위원회의 위세에 위축돼 왔는데 원 부원장이 금감원의 ‘야성’을 일깨우는 역할을 했다”며 “그는 시장 규율이라는 금감원 본래의 설립 취지에 맞게 일처리를 주도했다”고 말했다. 금감원 내에서도 그를 따르는 젊은 직원들이 많았다고 한다. 또다른 관계자는 “그는 윤석헌 원장의 절대적인 신임과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자본시장 관련해서는 거의 전권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그의 임기 중에 굵직하면서도 민감한 이슈들이 유난히 많았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와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회계부정, 삼성증권 배당 오류 사건 등 삼성 관련 이슈들이 주목의 대상이 됐다. 그가 관련 사건을 처리하면서 직원들에게 주문한 것은 딱 하나였다고 한다. ‘외부의 압력에 휘둘리지 말고 원칙대로 하라는 것’이었다. “규모가 작은 회사는 별 말이 없는데 비해 큰 회사들을 제재를 할 때는 ‘애처롭다’고 하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큰 기업 봐주기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게 그가 평소 해온 말이다.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사건 때는 금융회사는 다 흔적이 있는 만큼 찾아보라고 지시했고, 결국 직원들이 금융실명제 직전인 1993년 8월의 거래 기록을 찾아냈다. 삼바 사건 때는 국제회계기준을 영어본으로 읽으면서 논리를 세워나갔다고 한다.

금융업계에서 싫은 소리도 적잖게 들었다. 특히 금융위와는 민감한 사안을 두고 부딪친 경우가 많았다.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설립이 대표적이다. 그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처럼 금감원이 특사경을 두고 수사 기능을 일부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임자산운용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초기 대응이 중요한데, 금감원은 1차 조사를 해 검찰에 넘겨도 검찰의 수사 착수가 늦어지면 횡령 등 범죄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애초 특사경 설립에 반대했던 금융위는 결국 특사경 설립에 동의해주면서도 기능을 매우 제한적으로만 허용하는 데 그쳤다. 원 부원장은 사모펀드 정책과 관련해서도 지금 제도는 규제가 너무 완화돼 감독을 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라며 제도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금융위는 지난해 그의 교체를 요구했으나 윤 원장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 부원장은 자신이 주로 ‘파이터’로만 인식되는 걸 거북해했다. 그는 자본시장이 지난 10년간 급성장하면서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져 이에 대한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에 몰두해왔다고 했다. 금감원이 11일 발간한 ‘자본시장 위험분석 보고서’가 그 결과물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자본시장이 너무 커져 금융 시스템 리스크와 연관될 정도에 이르렀다. 라임, 디엘에프(DLF), 해외투자 등 지금 나타나는 진통들이 이와 연관돼 있다”며 “지난해 자본시장 리스크 대시보드와 부동산 그림자금융 관리시스템도 내가 주도해 만들었는데 이런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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