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 가운데)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자산유동화 제도 종합 개선방안 간담회을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 제공
금융당국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 돼온 증권사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 방식을 개선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18일 금융감독원과 예탁결제원, 증권사 등 유관 기관과 간담회를 열고 자산유동화 제도 종합 개선방안을 공개했다. 자산유동화 제도는 기업·금융회사 등이 보유한 비유동성 자산을 기초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자산유동화법에 따른 등록유동화 시장(ABS)과 이 법 적용을 받지 않는 비등록 유동화 시장(ABCP, AB전단채 등)으로 구분된다.
금융위는 자산유동화 증권의 연 발행규모가 213조원으로 성장했으나 2015년 이후 비등록 유동화 시장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금융시장의 잠재적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위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의 경우 단기로 자금을 조달해 차환을 통해 장기 사업에 운용하는 ‘자금조달-운용 미스매치’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만기를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기초자산과 증권의 만기가 일치하도록 이 상품의 공모시장 진입을 유도하는 방안을 예시로 제시했다. 지난달 에이비시피 만기도래액 15조9천억원 중 2조1천억원이 미매각되자 이를 보증했던 증권사가 미매각분을 떠안으면서 자금수요가 급증했고 이는 기업어음 금리 급등을 초래한 바 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과거 외환위기 당시 종금사가 해외에서 저금리 단기자금을 조달해 국내에서 고금리 장기대출로 운용한 것이 위기의 도화선으로 작용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자금 조달과 운용의 미스매치는 심각한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며 “다만 구체 방안은 시장상황을 충분히 고려하고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자산보유자 등에게 5% 수준의 신용위험을 보유하게 하는 ‘위험보유규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현재는 발행자가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매각하면 경제적 이해관계가 소멸함에 따라 신용도가 낮은 기초자산을 유동화증권 발행에 이용할 유인이 존재했는데 이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또 ‘통합 정보시스템’을 구축해 발행·공시·유통·신용평가 정보 등을 투명하게 공개할 방침이다. 현재는 비등록 유동화 증권의 경우 예탁결제원 등을 통해 개략적인 발행 정보가 제공되고 있으나 핵심 정보가 누락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융위는 등록 유동화 증권 발행이 가능한 기업의 신용도 요건(BB등급)을 폐지해 혁신·중소기업도 유동화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올 상반기 내 자산유동화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하위규정 정비, 인프라 구축 등의 사항은 가능한 신속하게 추진할 방침이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