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각 은행들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자본여력을 충분히 쌓아둘 것을 당부하고 있는 가운데 하나금융지주가 오는 23일 중간배당 실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23일 반기 실적을 결산하는 이사회를 열 예정”이라며 “이 회의에서 중간배당 실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 쪽은 지난달 말 주주명부를 폐쇄해 배당을 위한 주주명단을 확정하는 등 사전 준비작업을 밟아왔으나, 중간배당 실시 여부와 배당액은 이사회 결의 사항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내심은 중간배당을 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나금융 쪽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을 제외하고 지난 2005년부터 중간배당을 매년 실시해온 만큼 주주들이 기대를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나쁘지 않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공개적으로 배당 자제를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라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윤석헌 금감원장이 지난 4월부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로 배당 자제를 요청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은성수 금융위원장까지 나서 배당 자제를 권고하고 나선 상황이다. 은 위원장은 지난 9일 한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판단은 하나금융이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미국과 영국, 유럽 금융당국도 올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금융회사의 실물지원 역할이 중요한 만큼 배당 자제를 권고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이 배당을 조심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요즘 금융당국과 금융지주사의 관계가 과거와 달리 법대로 하자는 분위기”라며 “이사회의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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