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중간 검사결과 발표
공공기관 채권엔 투자실적 전무
98%는 비상장기업 사모사채로
김재현 대표가 경영권 잡은 뒤
2018년 5월 이후 사기·횡령 행각
컴퓨터·자료 등 창고에 숨기기도
5100억 환매 연기 불가피할 듯
공공기관 채권엔 투자실적 전무
98%는 비상장기업 사모사채로
김재현 대표가 경영권 잡은 뒤
2018년 5월 이후 사기·횡령 행각
컴퓨터·자료 등 창고에 숨기기도
5100억 환매 연기 불가피할 듯
옵티머스자산운용의 김재현 대표이사가 고객의 펀드 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려 자신의 주식투자에 이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옵티머스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금을 모은 뒤 실제로는 비상장회사 사모사채 등에 투자한 사기 행각은 2018년 5월 이후부터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은 23일 이런 내용을 포함해 옵티머스에 대한 중간 검사결과를 공개했다. 금감원은 올해 4~5월 옵티머스에 대한 서면검사 과정에서 법규 위반 혐의를 포착하고 6월19일부터 7월10일까지 현장검사를 실시했다.
검사결과를 보면, 이 회사의 김재현 대표이사는 펀드 자금의 일부인 수백억원을 자신의 개인 증권계좌로 이체한 뒤 주식과 선물옵션 매매 등에 이용했으며, 대부분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됐다. 펀드 자금은 여러 차례의 이체 과정을 통해 대표이사 개인 명의 증권계좌로 입금됐다.
7월21일 현재 옵티머스의 펀드는 46개, 설정원본 5151억원으로 이중 24개 펀드, 약 2401억원이 환매 연기 중이라고 금감원은 밝혔다. 나머지 22개 펀드도 환매연기 펀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자산으로 구성돼 있어 만기 도래 시 환매연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옵티머스는 투자제안서에는 안정적인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홍보했으나 실제로는 단 한푼도 이런 채권에 투자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실제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 실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대신에 편입 자산의 98%가 비상장기업의 사모사채에 투자됐다. 사모사채는 옵티머스의 임원 등이 관리하는 씨피엔에스·아트리파라다이스·라피크·대부디케이에이엠씨 등이 발행한 것이다. 이 4개사는 펀드 자금을 각종 자산에 직접 투자하거나 다른 관련 법인에 자금을 이체하는 단순 도관체로도 활동했다. 금감원은 “이체 자금으로 부동산 개발사업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거나 기발행 사모사채를 차환 매입해 기존 펀드의 만기상환에 사용하는 등 펀드 돌려막기를 했다”고 밝혔다. 옵티머스 쪽은 자금 사용처가 약 60여개 투자처, 평가액이 3천억원 안팎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커 회수하기 힘들 것으로 금감원은 판단했다.
이런 사기 행각은 현재 구속돼 있는 김재현 대표이사가 경영권을 획득(2017년 6월)한 이후인 2018년 5월부터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이혁진 전 대표 시절에는 이런 사기적 영업행태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2017년 6월부터 2018년 중반까지 경영권 분쟁이 있었는데 이 시기에도 공공기관 매출채권 언급이 있긴 했지만 아이디어 차원이었다”며 “실제로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한 것은 그 시기에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옵티머스는 또한 검사 과정에서 가짜 자료를 제출하거나 은폐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상적인 검사업무를 방해했다. 현장검사 직전에 주요 임직원의 피시와 관련 자료를 본점 입주 건물에 별도로 임대한 사무실과 인근 창고 등에 은폐하고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금감원은 당국이 선임한 관리인을 중심으로 채권보전 절차를 진행하고 객관적인 가액 평가를 위한 자산실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옵티머스 펀드와 관련해 지금까지 총 69건의 분쟁조정신청이 접수됐으며, 분쟁조정은 앞으로 자산실사와 환매 진행경과, 최종 검사결과 등을 고려해 법률검토를 거쳐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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