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9년 만에 사상 최고가 기록을 고쳐썼다. 반면 금과 함께 동반랠리를 펼쳐온 은과 동(구리) 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서 경기회복 기대감이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4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8월물)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7.5달러(0.4%) 오른 1897.5달러로 마감해 2011년 8월22일 기록한 최고치(1891.9달러)를 뛰어넘었다. 코로나19 재확산과 미국과 중국의 총영사관 폐쇄 공방이 안전자산인 금 수요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미-중 관계가 악화하고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면 금값이 2011년 9월6일 기록한 장중 사상 최고치(1923.7달러)는 물론 2000달러까지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추가적인 경기부양책 추진과 국제유가의 점진적인 안정세로 물가상승 가능성을 투자자들이 높게 보는 것도 인플레이션 방어수단인 금 가격의 상승 요인이다. 물가가 올라 실질금리가 하락하면 이자가 없는 금의 투자매력은 더 높아진다.
무엇보다 달러가치가 약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게 금값 상승을 자극했다. 주요 6개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지수는 지난 3월19일 103.6에서 현재 94.4로 9%가까이 하락했다. 달러 가치가 내리면 다른 통화국의 투자자들이 달러로 표시되는 원자재를 더 싸게 살 수 있어 수요가 늘어난다.
그런데 달러 약세로 동반 상승을 해온 구리와 은의 가격은 하락 반전했다. 중국 증시가 급락한 이날 구릿값은 런던금속거래소에서 1.86% 하락한 톤당 6389.5달러로 마감했다. 산업금속인 구리는 경기선행지표로, 특히 세계 구리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의 제조업 경기에 민감하다. 구릿값은 지난 3월 톤당 4626달러에서 6월말 6000달러를 돌파했다.
3월 저점에서 2배 가까이 올라 금보다 더 가팔랐던 은값 상승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은은 금과 달리 산업용 수요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 경기회복 국면에 상대적으로 강세를 띤다. 따라서 구리와 은 가격의 하락 반전은 흐름을 좀더 지켜볼 필요는 있지만 세계경기 회복에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성격이 다른 금과 구리 가격이 나란히 상승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지금같은 경기 침체기에는 투자자들이 안전 피난처를 찾기 때문에 금값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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