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과 자본시장법으로 흩어져 있는 상장회사 관련 법 조항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국회에서 일고 있다. 특히 ‘통합 상장회사법’을 제정하면서 현재 대주주에 유리하게 돼 있는 각종 법 조항을 주주평등 원칙에 맞게 바꾸고 주주총회를 내실화하는 규정 정비 작업도 진행되고 있어 주목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오는 30일 공청회를 열어 ‘상장회사에 관한 특례법안’을 공개하고 의견수렴을 거쳐 다음달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27일 밝혔다. 앞서 같은 당의 김병욱 의원도 지난 7일 상장회사법 제정안 공청회를 열고 별도로 법안 발의를 준비중이다.
두 의원이 상장회사법 제정에 나선 것은 우선 상장회사 특례규정이 두개의 법으로 나뉘어 있어 혼선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배구조 관련 조항은 상법에, 재무활동은 자본시장법에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소관 부처는 법무부와 금융위원회로, 국회 상임위는 법제사법위원회와 정무위로 각각 나뉘어 있어 정합성이 맞지 않는 입법이 추진되는 경우가 적지않다. 또한 자본시장이 급변하면서 제때 보완 입법이 이뤄져야 하는데도 금융 전문성이 떨어지는 법사위가 이에 소극적이라는 점도 논의의 배경이 되고 있다. 이용우 의원은 “자본시장법 전신인 증권거래법은 지배구조와 재무활동을 모두 포괄했는데, 2009년 자본시장법으로 전환하면서 혼란이 초래되고 있는 만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의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등 대형 이슈들이 대주주에게 특혜를 주는 방식으로 처리되는 것이 공정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보고 이를 개선하는 조항들을 신설할 방침이다.
2015년 삼성물산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5.76%를 케이시시(KCC)에 매각했는데, 케이시시는 나중에 제일모직과 합병에 찬성표를 던짐으로써 백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의원실의 김성영 보좌관은 “자사주 처분은 애초 주총 결의를 거쳐야 가능하도록 돼 있었는데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가 2012년 상법을 개정해 이사회 결의만으로 가능해졌다”며 “개정 이전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상장사들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돈 한푼 안들이고 대주주 지배력을 높이는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을 방지하는 조항도 들어간다. ‘자사주의 마법’은 자사주는 원래 의결권이 없지만 인적분할 뒤의 지주회사는 신설되는 자회사에서 의결권 있는 신주를 자사주 몫만큼 배정받는 것을 일컫는다.
케이비증권은 2016년 현대증권을 인수할 때 지분 22.56% 매입 대가로 지배주주에게는 주당 2만3182원을 지급했다. 반면에 소액주주에겐 주당 6737원의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했다. 이 의원은 지배주주의 지분 20% 이상을 매입하는 경우 소액주주가 가진 주식도 동일한 가격으로 매수하도록 하는 의무공개매수제의 도입을 제안할 예정이다. 이 의원은 “기업투자 촉진과 건전한 금융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먼저 투자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며 “소액주주 보호 장치 마련과 함께 주총일자 분산화, 주총 내실화를 위한 규정 정비 등을 통해 이 시대 화두인 공정과 주주평등 원칙의 가치를 실현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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