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 마스크를 쓴 주주총회 참석자들이 입장하고 있다. 수원/공동취재사진
‘삼성전자는 77일, 애플은 153일.’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상장회사의 사업 결산일부터 정기 주주총회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삼성전자는 2019회계연도 때 12월31일 결산일 이후 올해 2월21일에 주총 소집공고를 하고, 3월18일 주총을 열었다. 반면에 애플은 2018회계연도 때 결산일은 9월28일이었고, 11월5일에 사업보고서를 당국에 제출했으며, 그다음 해 1월8일 주총 소집공고를 하고 주총은 3월1일에 열었다. 결산일에서 주총까지 삼성전자보다 2배나 오래 걸린 셈이다.
이남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는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상장회사법 입법공청회’(이용우 의원 주최)에서 ‘상장회사법 제정 필요성과 글로벌 스탠더드와 비교’ 주제의 기조발제에서 이런 사례를 제시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선 형식적이고 불공정한 주총 문화가 지속되고 있다”며, 충실한 의결권 행사를 제약하는 정보 제약, 촉박한 소집통지와 겹치는 주총 일정, 촉박한 감사 일정으로 인한 감사 및 재무제표 신뢰도 저하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구글 지주사인 알파벳이 주총 때 주주들에게 제공하는 자료(Proxy Statement)는 104페이지에 이른 반면에 삼성전자의 올해 주총 의안은 7페이지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임원 보수에 관한 사항은 알파벳이 14페이지, 스타벅스가 28페이지나 됐지만 삼성전자의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은 1페이지도 안 되는 9줄에 그쳤다.
이용우 의원은 이날 공개한 ‘상장회사 특례법안’에서 상장사가 주총을 소집할 때 주총 4주 전(현재는 2주 전)에 통지하도록 하고, 소집 통지 시에 사업보고서도 통지하도록 함으로써 사업보고서 제출 뒤에 주총이 열릴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3월 말까지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그 전에 주총이 열리게 돼 있어서 주총이 3월 중순부터 말 사이에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주총이 4~5월로 분산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주총 정상화를 위해 충분한 사전 소집공고 기간을 부여하는 것에 찬성한다”며 “다만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은 소집공고 기간 단축도 허용하고 있어 두 법간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총 개최일을 분산하고 충분한 준비기간을 부여하는 것은 위임장 대결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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