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도 축소 전에 신용대출을 미리 받아놓으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17일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집계 자료를 보면, 이들 은행의 신용대출은 14~16일 사흘 동안에만 1조1천억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5077억원, 15일 3448억원, 16일 2735억원 각각 늘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역대 최대였던 8월 신용대출 증가액(금융권 전체 6조2천억원)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동산과 주식도 많이 올라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태에서 최근 공모주 청약을 위해 신용대출이 늘었다”며 “여기에다 정부가 신용대출 한도를 줄인다고 하니 자금 수요가 있는 고객들이 미리 신용대출 한도를 받아놓으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지난 6월께부터 부동산과 주식투자, 전세금 마련 등의 용도로 신용대출이 급증하기 시작했는데, 여기에 신용대출 규제 전에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가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14일 오전 5대 시중은행 및 카카오뱅크 여신 담당 임원들과 화상회의를 열고 은행권 자율적으로 신용대출을 관리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출 수요에 대해서는 열어놓되, 고소득·고신용 계층의 거액 신용대출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줄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현재 신용대출 한도 축소와 금리 인상 등 관리 방안 마련에 들어간 상태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