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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종이호랑이 된 ‘금융그룹감독법안’…삼성 표정관리중?

등록 2020-10-06 04:59수정 2020-10-06 10:03

재벌 지배력 개선 겨냥 공정경제법안
업계 반발에 위험요인 통합 등
적정 자기자본 계산법 후퇴 거듭

삼성생명의 전자 지분 매각 압박 등
당국, 지배구조 개선 손도 못댈 판
전문가 “보험업법 개정으로 풀어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삼성·한화 등 복합금융그룹의 자산건전성과 지배구조 등을 감독하기 위해 ‘금융그룹감독법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지만, 정부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초기의 입법 취지가 크게 퇴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의 경우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약 8.5%)의 매각을 압박하는 효과가 기대됐으나,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으로는 이런 효과를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5일 삼성 등 6개 금융그룹이 지난달 말 처음으로 그룹 공시를 한 결과를 보면, 삼성금융그룹의 자본적정성 비율은 지난해 말 303.5%였으며 올해 2분기에는 309.4%로 높아졌다. 이 비율은 예기치 않은 위기 발생 시 금융그룹의 실질적인 손실흡수능력(자기자본)을 보여주는 것으로, 각 금융그룹의 자본총계에서 계열사간 중복된 자본을 뺀 뒤 필요자본으로 나눠 계산한다. 금융감독당국은 이 비율이 최소 100%를 넘길 것을 요구하는데, 삼성은 이를 훨씬 초과하고 있는 셈이다. 이른바 ‘공정경제 3법’ 중 하나인 이 법안은 금융자산 5조원 이상의 복합금융그룹 중 비지주 금융그룹인 삼성, 미래에셋, 한화, 현대차, 교보, 디비 등 6개사를 대상으로 한다.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이 비율 산정 때 이른바 ‘그룹위험’을 추가해 계산하도록 돼 있기는 하다. 그룹위험은 그룹 내 특정 계열사의 부실이 금융부문 전체로 전이되는 위험(전이위험)과 금융그룹의 위험노출액이 특정 분야에 편중되는 위험(집중위험) 등을 모두 고려한 위험을 말한다. 이 그룹위험이 분모인 필요자본에 반영되면, 자본적정성 비율은 더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그룹위험을 반영하더라도 삼성의 자본적정성 비율은 최소 200%를 넘어, 금융당국의 규제 비율을 훨씬 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데는 집중위험과 전이위험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의 논의 초창기인 2018년에는 두 위험을 별도로 나눠 반영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이럴 경우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액이 30조원 안팎에 달해 집중위험이 매우 높은 삼성의 자본적정성 비율이 크게 낮아진다. 이 비율을 높이기 위해선 삼성생명이 추가로 자본을 확충하거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해 삼성으로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 지배구조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탓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업계 의견 청취와 공청회 등 법안 입안 과정에서 집중위험과 전이위험을 별도로 구분하는 데 대한 반발이 거셌던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특정 비금융계열사에 대한 집중도가 높으면 금융계열사에 전이될 가능성도 높아지는 등 두가지 위험을 구별해서 측정하는 게 어려웠고, 외국 사례에서도 이를 구분하는 경우가 없어 그룹위험으로 통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 논의 과정을 아는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집중위험은 6개 그룹 중 삼성에만 해당된다. 초기 안대로 갈 경우 법 제정 자체가 힘들 수 있으니 6개 그룹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방향으로 기준을 만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 정부는 2017년 7월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서 ‘금융계열사를 통한 재벌 총수의 지배력 강화 방지’의 유력한 방안으로 이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사실상 이 법안으로는 이런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과다하게 갖고 있는 문제는 결국 보험업법 개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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