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16일 아침 국회에서 열린 법정 최고금리 인하방안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 하반기부터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연 20%로 낮춘다. 현재 대부업체 등에서 연 20% 이상의 초고금리를 이용하는 대출자 200만명 이상이 매년 약 4800억원의 이자를 경감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일부 대출자는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있어, 서민금융상품 확대 등 대책을 병행할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16일 당정협의를 열어 법정 최고금리 인하방안을 확정했다. 당정은 이자 경감 효과와 금융 이용 축소 우려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20%로 인하하기로 했다. 다만, 당정은 코로나19 장기화와 금융권 연체율 증가 우려 등을 감안해 시행 시기를 내년 하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이런 내용으로 대부업법·이자제한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5%로 저금리 시대가 지속되고 있지만, 최고금리를 24%로 두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고금리 인하가 저신용자의 대출 가능성을 아예 없애버릴 수도 있는 위험이 있지만, 지금은 인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인하의 장점은 극대화하고 나쁜 면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인하 수준과 방식, 시기, 보완 조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인하 배경으로 대부분 대부업체를 통해서 대출을 받고 있는 초고금리 대출 이용자들은 개인의 상환능력과 상관없이 최고금리 24%를 일률적으로 적용받고 있어,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하지 않고는 이들의 이자 부담을 경감시키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최고금리 인하로 20% 초과 금리 대출을 이용하던 239만명(올해 3월 기준) 중 약 87%인 208만명(대출액 14조2천억원)의 이자 부담이 매년 4830억원 경감될 것으로 금융위는 예상했다.
그러나 대부업체들이 상환능력을 더 까다롭게 보면서 일부는 제도권 금융 이용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는 나머지 약 13%인 31만6천명(2조원)은 앞으로 대출만기가 도래하는 3~4년에 걸쳐 민간 금융 이용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 중 약 3만9천명(2300억원)이 불법 사금융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부작용을 거론하며 최고금리 인하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금융위는 실보다 득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2018년 2월에 최고금리를 27.9%에서 24%로 인하했을 때 당시 24%를 초과하는 이자율을 적용받던 대출자 중에서 약 81.4%(113만9천명)가 24% 이하의 민간금융권 대출 혹은 정책서민대출로 전환·흡수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조처도 병행하기로 했다. 우선 저신용자 대상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상품을 연간 2700억원 이상 확대할 방침이다. 이는 이번 조처로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워질 수 있는 사람이 약 31만6천명에 이를 것임을 고려한 것이다. 또한 취약·연체차주에 대한 채무조정·신용회복 지원을 강화하고, 불법 사금융 근절 조치를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