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한 은행 딜링룸. 한겨레 자료
원-달러 환율이 최근 가파르게 하락(원화가치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은 환율이 1050원 선에서 지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우려와는 달리 수출에 주는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보합인 1082.1원으로 장을 마쳤다. 전 거래일에 14.9원 급락하며 2년 6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는데도 이날 반등에는 실패했다.
증권사들은 미국의 돈풀기와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선호 등으로 원-달러 환율의 추가하락을 점치면서도 2010년 이후 하단 수준인 1050원을 뚫고 내려가기는 어렵다고 본다. 권희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7~2018년 당시 환율이 1200원에서 고점을 찍고 1060원까지 낮아진 바 있는데 이번에도 이 수준에서 지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본격화하기 전인 2018년초 수준으로 되돌려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09~2011년 미국의 대규모 재정적자로 달러가 약세를 띨 때 원화 환율은 1530원에서 1050원까지 하락했다”며 “외환당국의 개입 가능성을 감안하면 1050원대에서는 하락세가 멈출 것”으로 전망했다.
환율이 1050원대로 하락할 경우 국내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무역협회가 최근 국내 수출기업(801곳)을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손익분기점 환율은 달러당 평균 1133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들은 달러 뿐 아니라 유로, 위안 등 주요 교역상대국 통화와 종합적인 관계를 나타내는 ‘실효환율’이 수출에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케이비(KB)증권에 따르면, 한국의 실효환율을 구성하는 나라별 가중치에서 중국(33.3%), 미국(14.0%), 유럽(12.8%), 일본(10.9%) 등 상위 4개국이 70%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미국 달러를 제외한 주요국의 통화 가치는 대체로 강세를 나타냈다. 특히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 위안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대중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원화가 약세보다 강세를 띠는 시기에 우리 수출 증가율이 높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환율이 1182원에서 1070원까지 하락한 시기(2016년 3월~2018년 3월)에 수출은 18.6% 증가했다. 이후 환율이 1210원까지 상승했던 시기(2018년 4월~2019년 8월)에는 수출이 되레 9.5% 감소했다. 김효진 케이비증권 연구원은 “세계경제가 회복되는 국면에 수출이 호전되면서 그 결과로 원화 강세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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