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에 민감한 구리가 안전자산인 금보다 올해 가격이 더 많이 올랐다. 산업금속인 구리 가격의 상대적인 강세는 코로나19 재확산에도 제조업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점을 가리킨다.
28일 블룸버그 자료를 보면, 구리 가격은 톤(t)당 7788달러로 지난해 말 대비 27.3% 올라 금값 상승률(23.4%)를 추월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구리 가격은 최근 한달 새 7.6% 급등했다. 구리 가격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인 지난 3월19일 4371달러에서 바닥을 찍고 올라왔다.
구리는 건설, 장비, 인프라 등 산업 전반에 사용돼 세계 제조업 경기 흐름을 밀접하게 반영한다. 코로나19 재확산에도 제조업은 대면 업무 비중이 높은 서비스업에 견줘 양호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구리 가격 강세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구리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8%를 웃돌 것으로 주요기관들은 전망한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 제조업 성장은 우리 경제에도 활력을 준다. 중국 정부가 내수에 집중하는 ‘쌍순환’ 경제발전 전략을 내놓으면서 내구재 소비 확대와 인프라 투자 확대로 구리 수요는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유럽과 미국의 친환경 ‘그린딜’ 정책 추진으로 일반차보다 구리 사용량이 훨씬 많은 전기차 생산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급등했던 금 가격은 지난 8월7일 사상 최고치인 트로이온스당 2075달러를 찍은 뒤 뒷걸음질쳤다. 지난달 말 트로이온스당 1770달러대까지 밀려났던 금값은 이달 들어 달러 약세와 인플레이션(실질금리 하락) 기대감 등으로 1880달러까지 반등했다. 일부에선 금값 상승의 제약 요인을 최근 코인당 3천만원까지 급등한 비트코인에서 찾는다. 홍성우 케이비(KB)증권 연구원은 “(공급량이 제한된) 금의 가격 형성 모델을 본딴 비트코인의 강세는 (대체재인) 금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금과 구리의 속성을 겸비한 은의 가격은 올 들어 44% 올라 주요 원자재 가운데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안전자산 성격보다는 점차 비중이 늘고 있는 산업용 수요의 측면이 더 부각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원유 가격은 가장 부진했다. 지난 4월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가격을 기록하기도 했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올해 21% 하락했다. 현재 배럴당 48달러까지 반등했지만 원자재 중 유일하게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코로나 종식에 대한 시장의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봉쇄 조처로 프랑스 등 주요 유럽국가들의 도로 교통량은 코로나 이전 수준을 밑돌고 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주요국들의 이동성 지수는 지난달 이후 다시 하락하고 있다”며 “백신의 접종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판명돼야 유가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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