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계가 투자한 금융자산 중 주식의 비중이 예금과 대등한 수준으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가계의 금융자산 투자액 중 주식 비중이 38.2%로 급등해 예금(38.8%)을 거의 따라잡았다. 이는 시장가치 변동분을 제외한 거래 증감액을 기준으로 산출한 수치로, 지난해 주가상승을 감안하면 주식 비중이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가계의 직전 3년(2016~2019년) 평균 투자비중인 주식 9.8%, 예금 50.1%과 견주면 큰 변화다. 펀드·보험·연금의 투자비중은 23%로 3년 평균치보다 17.1%포인트 급락했다.
가계의 이러한 ‘머니 무브’ 현상은 정기예·적금 등 저축성예금과 주식순매수 금액 추이에서도 확인된다. 가계 저축성예금(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해 6월 0.6% 감소했고 12월에는 5.6% 급감했다. 반면 지난해 개인의 국내주식 순매수는 3월 이후 57조1천억원 급증했다.
개인의 직접투자가 확대되면서 펀드에서는 돈이 빠져나갔다. 지난해(3~12월) 주식형펀드(-15.2%)는 물론 채권형펀드(-11.0%)와 파생결합증권(–16.2%)에서도 자금이 이탈했다. 생명보험사의 변액보험·퇴직연금(-26.2%)도 타격이 컸다. 반면 개인 주식거래활동계좌는 지난해 3월 이후 18.6% 증가했고 증권사 고객예탁금과 시엠에이(CMA)도 63.4% 급증했다.
차입을 통한 주식투자 비중 증가는 우려를 낳고 있다. 개인 순매수 금액에서 증권사 신용융자 증가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7.6%에서 하반기 26.3%로 높아졌다. 시가총액 대비 신용융자잔액 비율은 지난해 10월말 사상 최고(0.88%, 월간 기준)를 기록했다. 지난해 급증한 은행 신용대출을 감안하면 가계의 실제 차입투자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주식투자 확대 등 가계의 금융자산 포트폴리오 재구성에 대해 한은은 “가계자산의 다변화와 기업의 자본조달여건 개선과 같은 긍정적 효과가 있는 반면, 차입확대에 따른 주가 변동성 확대와 금융기관의 자금조달여건 악화와 같은 부작용도 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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