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21.86포인트(0.68%) 오른 3220.70로 거래를 마쳤다. 한국거래소 제공
‘백신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코스피가 강력한 저항선으로 작용해온 3200선을 뚫고 약 3개월만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에 따라 각국 증시가 차별적인 움직임을 보여온 ‘백신 장세’ 속에 주춤거렸던 국내 증시가 본격적인 경기회복에 따른 ‘실적 장세’를 맞아 다시 탄력을 받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68%(21.86) 오른 3220.7로 마감해 지난 1월25일 기록한 종가 기준 최고치(3208.99)를 훌쩍 뛰어넘었다. 3전4기 끝에 이룬 결과다. 코스피는 지난 15일부터 3거래일 연속 장중 3200선을 돌파했으나 종가를 그 위로 올려놓는데는 실패했다. 이날은 외국인이 순매수(3275억원) 강도를 높이면서 전 고점 돌파에 성공했다. 코스닥 지수도 0.24%(2.42) 오른 1031.88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서울외환시장에서 4.9원 내린 1112.3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1월7일 코스피 3000시대를 연 국내 증시는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3200선까지 상승한 이후 조정 장세를 맞았다. 금융시장이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백신 접종 속도에 좌우되는 ‘백신 장세’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백신 보급이 신속하게 진행된 미국 달러 가치가 연초 예상과 달리 강세로 반전하면서 코스피는 3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하지만 흐름은 다시 바뀌었다. 지난달 하순부터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했다. 세계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개선 흐름이 뚜렷해지고 기업들의 실적 호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현재 3.5% 수준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 전기 대비 1.3% 안팎 성장했을 경우 올해 성장률은 4%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추정한 올해 코스피 기업의 순이익은 140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대훈 에스케이(SK)증권 연구원은 “1분기는 물론 2분기 실적 추정치도 가파르게 상향조정돼 국내증시는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시 수급 상황도 호전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서만 코스피 시장에서 2조9400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지난 2~3월 미국발 인플레이션 우려로 한국 주식을 내다팔던 외국인은 미 국채금리 급등세가 진정되자 ‘사자’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7590억원)와 에스케이하이닉스(3400억원) 등 지수 영향력이 큰 반도체 주식을 집중매수했다. 지난주(8~14일) 한국 등 아시아 시장(일본 제외)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에는 자금(38억달러)이 3주만에 순유입으로 전환됐다.
코스피가 지난 1월11일 기록한 장중 최고치(3266.23)를 넘어서려면 올해 초와 같은 개인투자자의 강한 매수세가 들어와야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1월11일 지수는 5.5%(170) 출렁이며 거래대금이 4월 평균(약 15조원)의 3배 수준인 44조원을 넘었다. 그만큼 지수 상승을 위해 돌파해야 할 매물대가 두텁게 싸여있다는 얘기다. 투자자예탁금은 19일 기준 69조원으로 사상 최대치(74조5천억원)에 다가서고 있다.
국민연금의 주식 매도는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국내 주식투자 비중 허용범위를 넓혔지만 지수가 상승하면서 그 효과가 반감된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3일부터 맞닥뜨릴 공매도 부분 재개도 단기적으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미 국채 장기금리가 다시 상승할 경우 지난 1분기처럼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실제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다시 1.6%대로 올라선 19일(현지시각) 뉴욕증시는 사상 최고치 행진을 멈추고 하락 반전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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