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관련주인 에스케이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수요예측 경쟁률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면서 일반 청약에 몰려들 시중자금 또한 역대 최대 기록을 넘어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26일 상장주관사 미래에셋증권은 에스케이아이이티의 공모가가 희망가격 범위의 상단인 10만5천원으로 확정됐다고 공시했다. 공모금액은 2조2460억원에 달해 지난달 공모했던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1조4918억원)보다 훨씬 많다. 에스케이아이이티는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의 소재사업 부문이 물적 분할한 2차전지 분리막 제조업체다. 분리막이란 배터리에 탑재되는 얇은 막으로 양극과 음극의 물리적 접촉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정성과 성능 극대화를 위해 필수적인 소재로 최근 전기차 화재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4693억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252억원, 882억원을 기록했다. 이익에 견줘 공모가는 비싼 편이다. 주가수익비율(주가/주당순이익·PER)은 85배나 된다. 에스케이그룹은 이번에도 잘 쓰지 않는 가치평가방식(EV/EBITDA)을 적용해 공모가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공모주 시장 과열로 가치분석은 의미가 없다는 분위기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1734개 기관투자자들의 100%가 공모가 상단 이상으로 가격을 써냈고 경쟁률은 사상 최고인 1882.88대 1에 달했다. 일정기간(15일~6개월) 주식을 팔지않겠다고 약속(의무보유 확약)한 비율은 총신청 수량의 63.2%에 이른다. 박상범 케이티비(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분리막 수요 증가로 올해 실적이 60%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7조4862억원으로 코스피 48위(우선주 제외)에 해당한다. 지난해 6월 에스케이바이오팜과 지난달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의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오르고 이어 가격제한폭(30%)까지 상승하는 더블상한가(따상)를 기록했던 ‘관성의 법칙’이 이번에도 통한다면 에스케이아이이티의 시총(19조4642억원)은 코스피 22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공모는 오는 28~29일 5개 증권사에서 실시하는데 중복청약이 가능하다. 개인투자자에게 할당된 공모금액은 5615억원(534만7500주)이다. 다만 우리사주조합 청약에서 미달이 나오면 개인 몫이 늘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5개 증권사에서 청약용 계좌 개설이 급증한 점에 비춰 이번 공모에 70조원 안팎의 시중자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 에스케이 그룹주에 대한 학습효과로 상당수 투자자들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에 나서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가 갖고 있는 역대 최대 증거금(63조6천억원) 기록을 한달 여 만에 갈아치울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공모주 배정은 최소 청약수량(10주)에 대한 균등배정과 청약수량에 따른 비례배정이 각각 50%다. 10주 청약 증거금(50%)인 52만5천원을 청약할 경우 균등배분은 증권사에 따라 많게는 2주, 운이 나쁘면 1주도 못받는 경우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균등배정 물량보다 청약 건수가 더 많을 수 있어서다. 실제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 청약 당시 물량이 적었던 삼성증권은 0주 배정이 속출했다. 이에 한 주라도 더 받기 위해 4인 가족 명의로 5개 증권사에 최소 수량을 청약하려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증권사 직원들은 전한다.
공모주 투자 책을 내기도 한 박동흠 회계사는 “이번 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과 두번째로 물량이 많은 한국투자는 균등배정으로 1~2주를 받겠지만, 물량에 비해 고객수가 많은 삼성증권과 엔에이치투자증권은 뽑기로 1주 당첨의 희비가 갈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투자자들이 다 그렇게 예상해 이 두 증권사에 청약을 하지 않으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재테크 블로그 ‘슈엔슈’ 등 공모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청약금액에 따라 경쟁률로 나눠주는 비례배정의 경우 1주를 받으려면 2100만(400주)~2625만원(500주)의 증거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1억원 가량을 청약할 경우 비례배정으로 4~5주, 균등배정분을 더해 모두 5~7주를 받을 것으로 추산한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