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핵심은 대출받는 사람(차주)의 상환 능력을 심사해 대출금액을 정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신용대출 만기도 축소하는 등 상환능력 심사를 더욱 까다롭게 할 계획이다. 소득 증빙이 어려운 학생이나 은퇴자 등은 연금납부액, 저축액 등 다양한 자료로 추정한 소득을 인정해 신용대출 한도를 산정한다.
내년 7월부터 총 대출 2억원 넘으면 디에스아르 규제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현재는 투기과열지구의 9억원 초과 주택에 디에스아르 규제를 적용한다. 규제 확대 1단계로 오는 7월부터는 조정대상지역을 포함한 전체 규제지역에서 6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는 경우 디에스아르를 적용받는다. 서울 아파트의 83.5%, 경기 아파트의 33.4%가 해당된다.
신용대출은 현재 연소득 8천만원을 초과하고 대출 금액이 1억원을 초과한 차주가 디에스아르 규제 대상이다. 1단계로 오는 7월부터는 연소득에 상관없이 대출 1억원을 넘는 신용대출도 규제 대상이 된다.
2단계로 내년 7월부터는 1단계 규제에 더해, 주택담보·신용대출 등 원칙적으로 모든 가계대출의 합(총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면 디에스아르 규제를 한다. 한도대출은 한도 금액을 대출금액으로 계산한다. 이렇게 하면 전체 차주의 12.3%인 243만명이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7월부터는 1·2단계 기준을 없애고 총 대출액 1억원을 초과하면 모두 디에스아르 규제를 하는 3단계를 적용할 계획이다. 1억원을 넘는 가계대출을 받은 차주는 전체 대출자의 28.8% 수준이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전체 가계대출의 76.5%에 해당한다.
총 대출액 산정에서 제외하는 대출도 있다. 상환 재원이 인정되는 전세자금대출, 예·적금담보대출, 보험계약대출, 정책 목적으로 제공한 서민금융상품, 정부·지자체 협약대출, 자연재해 등에 따른 긴급대출, 규제 적용 실익이 크지 않은 300만원 미만의 소액대출 등이다.
그동안 은행들이 신용대출 디에스아르 산정 때 상품 특성과 상관없이 획일적으로 만기 10년(1년 단위로 연장)을 적용해왔다. 실제 가계신용대출의 평균 만기가 4~5년인데, 관행적으로 10년간 갚을 돈으로 대출규모를 정하다보니 신용대출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원인이 됐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는 신용대출 디에스아르 산정 시 만기를 7년으로 축소하고 내년 7월부터는 5년으로 내리기로 했다. 이세훈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1년 만기를 계속 연장하는 관행을 실제 자금 수요에 맞게 중장기 만기로 전환하고, 분할상환도 이뤄지도록 시장 구조를 바꿔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디에스아르 규제 확대가 소득 범위에서 대출을 이용하던 실수요자에게는 대출 한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과도한 대출을 통해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연소득 8천만원인 사람이 주택가격 9억원, 대출만기 30년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현재 무주택자는 조정지역 주택을 구매할 경우 주택담보대출 4억5천만원과 추가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차주 단위 디에스아르 규제를 적용하면 총 한도는 6억7500만원이 된다.
반면 3주택을 구입하려는 경우는 비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 17억1천만원을 받고 신용대출을 추가로 받을 수 잇지만, 차주 단위 디에스아르 규제가 도입되면 6억7500만원으로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연소득에 따른 대출한도 변화를 보면, 주택담보대출(원리금균등분할 상환방식)의 금리 2.5%, 차주 단위의 디에스아르 규제 40%를 적용할 경우 연소득 2천만원인 사람은 만기 20년일 경우 대출 한도가 1억2600만원, 만기 30년 한도는 1억6900만원이 된다. 연소득 5천만원인 사람은 만기 20년과 30년 대출 한도가 각각 3억1500만원, 4억2200만원이다. 연소득 8천만원인 사람은 대출 한도가 5억300만원(만기 20년), 6억7500만원(만기 30년), 연소득 1억원인 사람은 대출 한도가 6억2900만원(만기 20년), 8억4400만원(만기 30년)이다.
정부는 차주 단위 디에스아르 시행을 위해 소득 추정 방식도 더욱 촘촘하게 마련하기로 했다. 기존에 인정되던 증빙 소득(국세청을 통해 입증되는 모든 소득을 합한 종합소득) 외에도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료 납부내용, 임대소득, 카드사용액, 저축액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추정한 소득도 인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각종 소득추정 방식을 활용한 신용대출한도 사례도 안내했다. 만기 10년, 금리 3%, 차주 단위 디에스아르 40%를 적용한 신용대출(다른 대출은 없음)의 경우를 보자. 매달 노령연금 50만원을 받는 은퇴자는 연 600만원의 연금소득을 인정해 신용대출을 18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매달 20만원씩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하는 실직 근로자는 최근 3개월 평균 납부 보험료(20만원)에서 보험료율(9%)을 나눈 뒤 12개월을 곱한 금액(2666만원)의 95%인 2500만원을 연소득으로 인정한다. 이때 신용대출 최대한도는 7600만원이 된다.
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일용근로자나 프리랜서 등은 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소득예측모형에서 추정한 소득(1000만원)의 80%인 800만원을 연소득으로 인정받고, 최대 2400만원의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매달 50만원씩 적금을 내는 학생은 최근 1년간 납부금액(600만원)을 민간 저축률(27.8%)로 나눈 금액의 90%인 1900만원을 연소득으로 인정받고, 신용대출을 최대 58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연간 1500만원씩 신용카드를 쓰는 주부는 최근 1년간 개인신용카드 소득공제금액(1500만원)에서 신용카드 사용률(45.5%)을 나눈 금액의 90%인 3천만원을 연소득으로 인정받는다. 이때 신용대출 한도는 9200만원이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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