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서울 서대문구의 한 은행에서 시민들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제2금융권 연대보증이 폐지된 지 8년이 지났지만, 저축은행들이 채무자와 소송 등 이유로 아직 연대보증을 유지하고 있는 대출 규모가 7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인이 사실상 채무 상환 능력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저축은행들은 위험 회피 명분으로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들이 보유한 연대보증 대출 금액은 총 7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은행이 채무자나 보증인과 상환 책임 범위를 놓고 소송하는 등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가 59억원(82%)이었다. 나머지는 보증인이 개인회생·신용회복 중이거나 연락 두절인 사례다. 연대보증 대출 가운데서는 수십억원대에 이르는 거액의 대출도 있지만, 수백만원 수준의 소액 대출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개인대출 연대보증은 2008년 6월 은행에서 먼저 폐지했고, 2013년 7월부터는 제2금융권에서도 금지했다. 저축은행들은 이때부터 신규 개인대출은 연대보증을 받지 않되, 기존 대출은 5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해소하기로 했다. 일부 장애인·영업용 차량 구매에만 연대보증을 남겨놓았다. 다만 연대보증 폐지가 법적으로 강제된 것은 아니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2018년부터는 개인대출 연대보증이 모두 사라져야 했다. 하지만 유예기간 종료 이후 3년이 지났는데도 일부 은행들이 여전히 소송 등 이유로 연대보증을 유지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상환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보증인이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 법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어 보증을 남겨놓는다는 입장이다. 기존 대출도 보증을 해지해달라는 금융당국의 ‘행정지도’로는 채권을 포기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보증인이 개인회생 등으로 상환능력이 없는 경우는 사실상 보증을 유지하는 실효성이 없지만, 저축은행들은 자체 내부 감사나 세무당국의 검증 때 ‘채권을 성급히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며 이를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연대보증은 금융기관의 대출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해 채무자 주변인까지 사회·경제적으로 낙오시키는 ‘경제적 연좌제’라는 비판을 받아 단계적으로 폐지돼왔다. 지난 2019년부터는 대부업체도 개인대출 연대보증을 폐지했다. 지난달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으로 제2금융권에서 예외적으로 연대보증을 허용했던 장애인·영업용 차량 구매 대출도 신규 계약부터는 금지돼, 전체 금융권에서 개인대출 연대보증은 완전히 폐지됐다.
현재 저축은행들이 보유한 연대보증 대출 잔액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것이어서 금융당국이 법적 제재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체 대출 규모에서 남아있는 보증액이 극히 일부분이어서 업계가 노력하면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데, 기존 대출이라는 이유로 보증을 갖고 있는 행태는 문제가 있다”며 “지속해서 업계에 해소를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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