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 가입자의 절반가량은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구 절차가 불편한 게 주된 요인이었다.
녹색소비자연대·소비자와함께·금융소비자연맹은 6일 실손보험 가입자 1천명을 대상으로 실손의료보험 청구 관련 인식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7.2%가 실손보험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를 보면, 청구를 포기한 금액은 ‘1만원 이하’가 22.9%, ‘1만~3만원’ 36.4%, ‘3만~10만원’ 25.6%로 소액이 대부분이었다. ‘10만~30만원’은 10.2%, ‘30만~50만원’은 2.3%, ‘50만원 초과’는 2.5%였다.
청구를 포기한 사유(복수응답)로는 ‘진료금액이 적어서’가 51.3%였고, ‘진료 당일에 보험사에 제출할 서류를 미처 챙기지 못해 다시 병원을 방문할 시간이 없어서’가 46.6%, ‘증빙서류를 보내는 것이 귀찮아서’는 23.5%였다. 적은 금액의 실손의료보험 청구는 대체로 시간이 없고 절차가 귀찮아서 포기하는 것이다.
현재 실손의료보험 청구 절차가 편리하다고 응답한 경우는 36.3%이고,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시 전산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78.6%에 달했다. 전산 시스템 관리 주체로 선호하는 곳은 ‘공공기관’이 76.2%로 가장 많고, ‘보험업 관련 단체’가 15.8%, 민간 핀테크 업체가 8%로 나타났다.
현재 실손의료보험 청구 절차는 소비자가 병원을 방문해 진료비 등 증빙서류를 발급받은 뒤 우편, 팩스, 전자우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보험사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이런 절차의 불편함 때문에 환자가 요청하면 병원이 보험사에 전산으로 서류를 보내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돼왔다. 하지만 의료계는 서류 전송 의무가 없고 개인정보 유출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09년 실손의료보험 청구 개선을 권고했고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이해당사자간 충돌로 아직 도입되지 못하고 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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