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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핀테크 육성에 긴장하는 금융권…혁신이냐 특혜냐 갑론을박

등록 2021-05-12 04:59수정 2021-05-12 08:39

은행계좌 없이도 결제·자금이체 가능한 전금법 개정안
“빅테크가 규제 피해 금융업 영위” “기존에 없는 서비스 생겨”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제대로 파헤치기’를 주제로 열린 기획좌담회에서 박상인 경실련 재벌개혁운동본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제대로 파헤치기’를 주제로 열린 기획좌담회에서 박상인 경실련 재벌개혁운동본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정부가 핀테크(정보기술 기반 금융서비스)를 더욱 활성화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을 추진하자, 기대와 반발이 교차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환경에서 전금법 개정안은 금융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기존 금융업계는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정보기술(빅테크) 업체가 특혜를 받아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 우려하고, 학계 일부에서는 이용자 보호를 위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전금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비금융회사가 계좌를 개설해 결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용자는 은행 계좌 없이도 네이버·카카오 등 앱에서 결제나 이체, 대금 납부 등을 할 수 있다. 월 30만원 한도 내에서 후불결제도 허용해 신용카드사와 같은 영업도 가능해진다.

최근 전국금융산업노조가 세 차례(3월23일, 4월20일, 5월11일) 진행한 토론회에서는 전금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러 문제제기가 터져 나왔다. 대표적으로 정보기술 기업이 사실상 은행업이나 카드업을 할 수 있지만 기존 은행·카드사들이 받는 수준의 규제는 피해간다는 지적이다. 조혜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선임연구위원은 “제한된 여·수신 업무를 하는 조건으로 현재 은행·카드사가 받는 금융규제를 피해간다”며 “은행, 비은행 금융회사 기업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서비스에는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장성원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사무처장은 “종합지급결제업자는 은행의 본질적 업무인 예금·대출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등 은행과 서비스 제공 범위에서 큰 차이가 나는데 은행업으로 동일하게 규율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계좌 기반 서비스 제공에 따른 건전성 규제는 전금법 개정안에 충분히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전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지정을 받으려면 최소자본금 200억원이 필요하고, 금융회사에 적용되는 금융실명법 등을 준수해야 한다.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공방이 오가는 부분은 예탁금 관리다. 개정안은 대금결제업자는 이용자 예탁금의 절반을, 자금이체업자는 예탁금 전액을 은행 등에 예치·신탁하거나 지급보증 보험에 가입하도록 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대금결제업자는 나머지 50% 예탁금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며 “이 돈이 계열사 지원 등에 쓰이지 않도록 명문화하고 처벌규정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존 금융업계는 전금법 개정안으로 빅테크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한다. 이미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객의 정보를 독점하는 빅테크사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금융 혁신 경쟁을 해야 한다고 토로한다. 김천순 금융노조 산업은행 수석부위원장은 “소상공인 대출 관련해서도,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에서 발생하는 거래정보 등으로 대출을 위한 신용평가가 가능하지만 그런 정보가 모두 은행에 제공되지 않는다”며 “전자금융거래 활성화 목적은 멋지지만 내용에서는 (은행과 핀테크 업체가) 동등한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민섭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핀테크 산업을 통해 기존에 없던 서비스가 제공돼 소비자의 효용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은 기존의 장점인 개인 자산관리 업무를 고액 자산가뿐만 아니라 (금융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확대하는 방식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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