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중금리 대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올해 하반기 출범할 예정인 인터넷은행 토스뱅크가 가세하면 중금리 대출 시장 경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뱅크는 12일 중·저신용자 대출상품 금리를 최대 1.2%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중·저신용자는 신용점수가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820점 이하(4등급 이하)인 고객이다. 기존 중금리 대출 금리는 5~8%대인데, 이날부터 새로 취급하는 상품은 최저금리가 4%대로 낮아진다. 카카오뱅크는 기존 9%대 금리를 적용받을 저신용자들도 이번 금리인하로 8%대 중금리 대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는 이날부터 고신용자 대출 한도를 축소한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늘리기 위한 취지다.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는 1억원에서 5천만원으로, 일반 신용대출은 1억원에서 7천만원으로 낮춘다. 앞서 지난달에는 중신용자 대출상품의 한도를 5천만원에서 7천만원으로 올렸다.
케이뱅크도 중·저신용자 대출을 빠르게 확대해나가고 있다. 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면, 케이뱅크는 올해 들어 매달 전체 신용대출의 40~50%를 중저신용자 대상(금리 4% 이상)으로 취급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2023년까지 중금리 대출을 전체의 30%대로 확대할 계획이며, 올해 정책대출인 사잇돌대출을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 신용대출 시장 금리는 5% 미만 저금리와 20% 전후의 고금리에 집중돼, 중간지대가 약한 ‘금리단층’ 현상이 존재한다. 처음 대출을 받는 청년·프리랜서·주부 등은 중간 수준의 신용을 갖고 있어도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해 적정한 금리를 적용받지 못하고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실정이다.
인터넷은행은 기존 금융권이 소홀히 했던 중금리 대출 공급 확대를 위해 도입됐지만 실제로는 고신용자 대출 중심으로 운영돼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신용대출에서 중·저신용자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국내은행 전체는 24.2%였지만, 인터넷은행은 12.1%로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중금리 대출 제도개선 방안을 통해 인터넷은행들이 중·저신용층 대출 확대를 위해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금융위의 본인가를 기다리는 토스뱅크도 중금리 대출 확대를 표방하고 있다. 토스 관계자는 “심사 과정에서 중금리 대출 계획이 높은 점수를 받아 예비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며 “기존 금융 소외계층에 1금융권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포용적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금리 대출의 성공 여부는 신용평가를 정밀하게 하는 것에 달려있다. 대출경험이 없는 고객은 온라인쇼핑 거래나 통신요금 납부 기록 등 다양한 정보로 신용평가를 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계열사인 카카오페이와 제휴해 고객의 결제정보 등을 활용해 신용평가모델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통신요금 정보 등을 활용하고, 토스뱅크는 토스 앱 사용자의 각종 금융거래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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