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코스닥 합쳐 600개 가까운 기업이 1분기 실적 발표를 마쳤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액이 13%,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03%와 201% 늘었다. 실적이 좋을 거라 예상했지만 실제는 상상 이상이었다.
4월에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4.2% 상승했다. 시장 예상치 3.6%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로 2008년 9월 기록한 4.9% 상승 이후 최고치다. 3월에 비해서도 0.8% 올랐다. 국내 소비자물가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3% 상승했다. 미국보다 상승률이 낮지만 지난 1월 0.6%를 기록한 후 넉 달째 상승률이 높아지고 있어 걱정이다.
기업 실적이 좋아지고, 물가가 오르는 이면에는 기업의 생산과 재고가 자리 잡고 있다. 작년에 코로나19가 발생하자 기업들은 생산을 크게 줄였다. 경제가 얼어붙어서 물건을 만들어 봐야 팔리지 않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재정 투자를 늘리자 상황이 바뀌었다. 가계의 소비 여력이 커지면서 수요가 빠른 속도로 늘었는데, 기업들은 상황 변화를 확신하지 못한 채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데 그쳤다. 그 공백을 메운 게 재고였다. 물건을 사겠다고 오는 사람들에게 우선 재고를 털어 대응했는데, 그 덕분에 작년 7월 이후 9개월간 재고가 5% 넘게 줄었다. 금융위기 이후 10개월간 재고가 18% 줄어들었던 걸 제외하면 가장 큰 폭의 감소다. 그 덕분에 이익이 늘었다. 생산과 재고에 따른 비용이 줄어든 반면 수요 증가로 제품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해운 운임이 오른 것도 이 관계로 설명할 수 있다.
작년 연말부터 기업들이 변화된 상황을 인정하고 생산을 늘리기 시작했다. 한 기업만이 아니라 많은 기업이 동시에 생산을 늘리다 보니 원자재와 부품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벌어졌고 제품 가격이 급등했다. 차량용 반도체가 대표적인 경우다. 작년에 투자가 부진해 올해 기업들이 생산을 빠르게 늘리기 힘든 걸 감안하면 지금 상황이 좀 더 이어질 수도 있다.
생산과 재고의 관계로 볼 때 상반기가 기업 이익 증가율의 정점일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생산을 늘리고 재고가 다시 쌓이면 이익 증가세가 둔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약해질 것이다. 몇 년 전까지 경기가 조금만 나빠져도 물가 하락을 걱정했는데 갑자기 오랜 시간 물가가 크게 오를 거라 보는 게 이치에 맞지 않는다. 물가의 영향력이 시장에 한 번 반영된 만큼 3분기에 인플레가 더 심해져도 주가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올해 상반기는 주식시장에 더없이 좋은 시간이다.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기업이익도 크게 늘었다. 금리가 낮고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한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다. 중앙은행이 앞장서 완화정책 철회를 부인할 정도다. 하반기는 모든 환경이 지금보다 나빠질 것이다. 주가가 떨어지자 인플레를 탓하는 소리가 높지만 주가 하락은 인플레 때문이 아니다. 다른 요인도 곰곰이 따져봤으면 한다.
이종우 주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