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보험금 지급과정의 첫단계인 손해사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자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내놨다. 보험사가 자회사로 두고 있는 손해사정 업체에 대부분의 업무를 위탁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고, 소비자가 독립적인 손해사정사를 직접 선임할 수 있도록 설명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유관 협회는 24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손해사정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손해사정은 보험사고 발생 시 원인과 책임관계를 조사해 적정 보험금을 사정·산출하는 업무다. 보험민원 중 손해사정 관련 민원이 41.9%를 차지할 정도로 손해사정제도가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보험사의 손해사정 위탁에 대한 공정성 문제, 보험금 삭감을 유도하는 성과지표 사용, 소비자의 손해사정사 선임권 미흡 등이 대표적인 지적사항이었다.
현재 보험사는 손해사정 전체의 75% 이상을 자회사에 업무 위탁하고 있으며, 일부 보험사는 100% 자회사에 맡기고 있다. 당국은 이번에 보험사가 손해사정 업무를 위탁할 때 준수해야 할 세부 기준·절차를 마련하도록 의무화한다. 자회사와 비자회사를 동일한 기준에 따라 객관적으로 비교·평가해 선정하고, 위탁건수의 50% 이상을 자회사에 위탁 시 선정·평가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한 뒤 공시하도록 의무화한다. 또한, 보험사가 보험금 삭감을 유도하는 항목을 내부 고용 및 위탁 손해사정사의 성과지표로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특히, 보험사가 보험금의 삭감규모·비율, 손해율 등과 관련한 고정된 목표비율을 제시하면서 목표 달성도를 급여, 위탁수수료, 위탁물량 등에 반영하는 행위를 엄격히 제한한다.
당국은 소비자가 보험금 청구 시 독립 손해사정사의 선임을 활성화하도록 설명의무를 강화하기로 했다. 소비자가 손해사정사를 직접 선임할 수 있다는 내용과 이 경우 발생하는 비용은 보험사가 부담한다는 내용을 보험사가 설명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직접 선임 시에는 보험사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과 보험사 동의기준도 설명하도록 했다.
또한 손해사정사가 보험사나 보험계약자 중 어느 한쪽에 유리한 손해사정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때는 최대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아울러 보험사의 의료자문이 보험금을 삭감하는데 부당하게 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소비자의 이의제기 절차에 대한 설명을 강화한다. 소비자가 보험사의 의료자문 결과에 이의가 있는 경우 제3의 의료기관에 보험사 비용으로 추가 의료자문이 가능함을 안내하도록 의무화한다. 이는 소비자가 알지 못해서 이의제기 절차를 활용하지 못하는 피해를 방지하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하반기 중 보험업법 개정안 제출 등 주요 입법과제를 추진하고, 시행령·감독규정 등 하위법령 개정사항은 법률 개정 이전이라도 속도감있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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