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진 65살 ㄱ씨는 보험 가입 신청을 했다. 보험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ㄱ씨의 검진·진료 기록을 토대로 ㄱ씨가 실제 나이에 비해 매우 건강한 상태인 것을 확인했다. 그의 신체나이는 50살 수준으로 측정돼, 보험료도 50살 기준으로 저렴하게 적용받을 수 있었다.
#초기 고혈압 증세가 있는 ㄴ씨는 보험에 가입하려 해도 질병 때문에 그동안 보험 가입을 거절당했다. 공공 의료데이터가 보험사에 제공되면서 고혈압 환자의 심·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를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보험 상품이 나왔다. ㄴ씨는 보험사가 제공한 헬스케어 앱을 통해 혈압 관리를 잘 할 경우 보험료가 절약되는 상품에 가입할 수 있었다.
25일 손해보험협회 등이 주최한 ‘데이터 경제 시대의 보험산업 혁신방안’ 세미나에서 의료정보를 활용해 개발할 수 있는 보험상품·서비스가 소개됐다. 해당 사례들은 아직 실현되진 않았지만, 보험업계가 보건의료정보를 활용하면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상품·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제시했다.
과거 보험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서 받은 보건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상품을 개발해왔다. 하지만 2017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의료정보를 민간 보험사에 영리 목적으로 제공하는 데 대한 지적이 제기된 이후 데이터 제공이 중단됐다. 이후 보험사들은 해외 자료를 활용해오고 있다.
보험업계는 보험 산업 혁신을 위해 비식별 처리된 공공 보건의료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미 금융분야에서는 은행과 핀테크 기업들이 ‘씬 파일러’(금융거래가 거의 없어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 대해 쇼핑 정보, 통신료 납부 등 다양한 데이터로 신용평가를 하고 적정 대출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자신의 건강정보를 한곳에 모아 원하는 대상에게 제공하고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마이 헬스웨이’ 플랫폼 구성안. 보건복지부가 의료정보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보건복지부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최낙천 케이비(KB)손해보험 디지털전략본부장은 세미나에서 “과거 보험산업이 급성장할 때는 고객의 질병 기록이 보험 거절의 사유가 되기도 했지만 지금 같은 포화 시장에서는 새로운 수요를 발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비식별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한다면 난임치료, 소아비만 등 기존에 보장하지 못한 분야에서 보험사가 상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홍석철 서울대 교수는 “민영 보험사의 공익 창출 노력을 전제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건강관리 같은 서비스가 도입되면 국민건강증진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절감, 데이터 경제를 통한 고부가가치 산업 활성화 등 공익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계인국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는 “공공의료기관은 데이터 신청 대상자의 범위에 대해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 개인 정보보호와 활용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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