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대규모 자본을 확충하며 업계 선두주자인 카카오뱅크 추격에 나섰다. 하반기에 카카오뱅크가 상장되고 세번째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까지 출범하면 인터넷은행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뱅크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약 1조2499억원 규모(약 1억9229만주)의 유상증자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총 발행 신주 가운데 5249억원 규모는 주주 배정 방식으로, 나머지 7250억원 규모는 제3자 배정으로 신규 투자자가 참여한다.
사모펀드 엠비케이(MBK)파트너스와 베인캐피탈이 각 2000억원(약 3077만주)씩, 엠지(MG)새마을금고가 대표 투자자(LP)로 있는 사모펀드가 1500억원(약 2308만주), 제이에스(JS)프라이빗에쿼티와 신한대체투자운용이 공동 업무집행사원(Co-GP)으로 결성한 사모펀드가 1250억원(약 1923만주)의 신주를 배정받았다. 게임업체 컴투스도 500억원(약 769만주) 규모로 증자에 참여했다.
증자가 마무리되면 케이뱅크의 납입 자본금은 9017억원에서 2조1515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 유상증자의 주당 발행가는 액면가 대비 30% 오른 6500원이며, 주금 납입일은 다음달 29일이다.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는 2017년 출범 이후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었다. 케이뱅크 출범을 주도한 케이티(KT)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아 대주주 적격성 위반에 해당된 것이다. 자본금 부족에 시달려 신규 대출영업도 중단했던 케이뱅크는 지난해 비씨카드를 대주주로 영입하며 사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 여기에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제휴한 덕에 신규 고객 및 예치금이 늘어나는 등 기업 규모를 빠르게 키워나가고 있다.
케이뱅크는 이번 유상증자로 자본금 규모가 카카오뱅크(2조383억원)와 대등해졌다. 고객 수(537만명)와 수신잔액(12조1400억원)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은 카카오뱅크(고객 수 1432만명, 수신잔액 24조 9천억원)의 절반에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카카오뱅크도 케이뱅크를 따돌리기 위해 몸집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올해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예비심사를 받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장외주식시장에서 추정되는 시가총액이 기존 금융지주 시가총액 규모와 맞먹는 30조원 이상이어서, 전통 은행들을 위협하는 존재로 떠올랐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올해 중금리 대출 경쟁에 집중하며 고객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증자를 바탕으로 정보기술(IT) 인프라를 확충하고,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취지에 맞도록 신용평가모형(CSS)을 고도화해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공급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중·저신용자 대출금리를 인하하며 중금리 대출 경쟁에 불을 붙였다. 여기에 금융위원회의 본인가를 기다리는 인터넷은행 토스뱅크까지 가세하면 인터넷은행 전쟁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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