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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싼 이자로 갈아타게 해줄게”…코로나19 파고든 ‘대출 사기’ 극성

등록 2021-05-30 12:49수정 2021-05-30 13:21

지난해 불법사금융·보이스피싱 급증
정책자금 대출사기·금감원 위조공문까지 제시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대출 광고 전단들. 연합뉴스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대출 광고 전단들. 연합뉴스

ㄱ은행에 대출이 있는 이아무개씨는 ㄴ은행의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해당 전화번호로 연락해 대출 상담을 했다. 이후 ㄱ은행 팀장이라고 사칭한 사기범이 전화해 “기존 대출 상환 전 타사 대출을 하는 것은 금융거래법 위반”이라며, 위조한 금융감독원 공문을 제시하고 공탁금을 요구했다. 애초 대출 상담을 해준 공범도 이씨에게 “금융거래법 위반으로 당신 계좌가 ‘잠금’이 돼있어 저금리 신규 대출이 어려우니 공탁금을 납부하는 게 좋겠다”고 설득했다. 결국 이씨가 특정인의 계좌로 공탁금을 이체하자, 두 사기범은 연락이 두절됐다.

박아무개씨는 인터넷 블로그에서 대출 광고를 보고 만난 ㄷ씨와 상담을 한 뒤 정부의 햇살론을 취급하는 은행을 방문했다. 박씨가 직접 은행에서 1천만원의 대출을 진행하자, ㄷ씨는 “내가 햇살론 대출을 받게 해줬다”면서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200만원을 받아냈다.

최아무개씨는 주변으로부터 ㄹ업체가 자체 개발한 코인 100만원어치를 사면 매일 3만원씩 300만원이 될 때까지 수익을 지급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투자자를 소개하면 별도의 수당도 지급된다고 했다. 최씨는 ㄹ업체에 6천만원을 투자했으나 ㄹ사는 1200만원만 지급한 뒤 잠적했다.

30일 금융감독원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불법 사금융·보이스피싱 신고 사례가 급증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불법 사금융·보이스피싱 피해발생 또는 우려로 신고·상담한 사례는 지난해 6만208건으로, 전년(3만7922건)보다 58.8% 급증했다. 2015년(6만1761건) 이후 최대치다.

보이스피싱 신고·상담은 5만2165건으로, 이 가운데 정책자금 대출을 빙자해 돈을 편취하는 대출사기 관련 신고·상담(3만858건)이 전년보다 87.7%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금융지원이 늘자 이를 악용한 사기도 극성을 부리는 것이다.

불법사금융 신고·상담은 7351건으로, 법정 최고금리(24%) 초과와 불법 중개수수료 편취가 전년보다 각각 114.2%, 106.1% 급증했다. 유사수신(629건)도 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 열풍에 편승해 전년보다 43.6%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제공
금융감독원 제공

금감원은 불법 사금융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주의사항을 소개했다. 우선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이자계약은 무효여서 지급할 의무가 없다. 법정 최고금리는 현재 연 24%로, 오는 7월7일부터는 20%로 낮아진다. 신규 체결·갱신·연장되는 계약부터 적용되며, 시행 전 체결한 계약은 소급적용되지 않는다.

급전 대출 시에는 대출업체가 ‘제도권 금융회사’ 또는 ‘등록 대부업자’인지 금융감독원의 파인 누리집(fine.fss.or.kr)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은행·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를 사칭한 정부 지원 대출 문자는 전화상담 또는 인터넷 접속을 유인한 뒤 자금을 편취하려는 불법행위일 가능성이 크다. 다단계 방식으로 자금을 모집하면서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하는 투자 권유를 하는 경우 유사수신이나 사기일 수 있다. 불법 사금융이 의심되면 국번 없이 1332 또는 금감원 누리집의 ‘불법금융신고센터’로 신고하면 된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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