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성동구 아파트(위쪽) 일대. 연합뉴스
대전에 사는 박아무개(50)씨는 지난 2013년 생애 첫 아파트를 마련하면서 매각손익을 정부와 나누는 ‘손익공유형 모기지’ 대출을 받았다. 당시 집값 2억1500만원의 40%인 8600만원은 손익공유형으로 받고, 자금이 모자라 일반 대출을 더 받았다. 최근 박씨는 일반 대출을 모두 갚은 뒤 손익공유형 대출 원금을 나눠 갚아보려 은행에 문의했다. 그런데 이 상품은 원금 일시상환만 가능했다. 그동안 집값이 1억원 올랐고, 중도상환을 하려면 대출 원금 8600만원에다 집값 상승분의 40%인 4천만원을 더 내야 했다. 20년 만기까지 갖고 있으려니 집값이 더 뛰면 상환부담도 커져 불안하다. 박씨는 “당시 대출이자가 쌌고 은행에서도 ‘대전은 집값이 잘 오르지 않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안내받아 선택했는데, 이렇게 다른 대출로 전환하기도 어렵고 부담이 크게 늘어날 줄 알았으면 애초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2013년 도입된 손익공유형 모기지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최근 집값 급등으로 정부에 낼 부담금이 커져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 상품은 연 1~2%의 저렴한 이자만 내고 내집에서 안정적으로 사는 대신 중도·만기 상환 때 대출원금 전액과 집값 상승분의 일부를 한번에 내야 한다. 반대로 집값이 떨어지면 대출원금의 일부를 덜 내도 된다.
부부합산 연소득 7천만원 이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가 전용면적 85㎡ 이하 6억원 이하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최대 2억원까지 대출해준다. 대상 지역은 수도권과 광역시다.
문제는 정부의 손익 분담에 상·하한선이 없다는 점이다. 서울 등 수도권은 최근 수년 새 집값이 크게 뛰어, 대출 상환 시 원금 외 추가로 내야 하는 분담금이 수억원대로 늘어난 경우도 있다.
최근 온라인의 부동산 카페에서는 손익공유형 모기지 대출을 받았다가 분담금 납부 걱정에 하소연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ㄱ씨는 “분담금이 2억~3억원이 될 것 같다. 돈이 부족해서 이 상품을 사용했지만 집값이 이렇게 미친 듯이 오를 줄은 몰랐다”고 했다. ㄴ씨는 “단순히 생각해 신청했는데 집값 오르고 따져보니 뱉어내는 돈이 어마어마해서 후회 많이 했다. 은행에서 이 상품 왜 했냐는 소리도 들었다”고 말했다.
비슷한 상품인 수익공유형 모기지는 연 1.5%의 고정금리로 매달 원리금을 균등분할상환하는 구조다. 집값이 올랐을 때도 나중에 정산할 때 정부가 가져가는 이익을 ‘연 5% 수익률’로 상한선을 두고 있다.
손익·수익공유형 모기지는 2013년 2866건 판매됐다가 2014년 5881건으로 늘어난 이후 집값 상승 추세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 현재는 유명무실해졌다.
애초 상품 구조가 위험부담이 큰 방식으로 설계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 구매자가 대출 기간 동안 대출원금 일부라도 갚게 하지 않고 상환 시 대출원금에 집값 상승분까지 한꺼번에 내야 한다. 집값이 크게 오르면 아파트를 팔지 않고서는 정산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돼 오히려 주거 불안이 커질 수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손익공유형 모기지는 집값이 상승하면 정부가 이익을 향유하고, 반대로 집값이 떨어지면 세금으로 개인의 손실을 보전하는 투기성 상품”이라며 “정부가 서민 대상으로 위험한 상품을 판매한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강 처장은 “지금이라도 손익 분담의 한도를 정해서 정부와 주택구입자 모두 위험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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