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금융·증권

분담금 갚으려면 집 팔아야…애물단지 된 손익공유형 모기지

등록 2021-06-03 14:27수정 2021-06-04 02:52

서민 내집마련 위한 연 1~2% 저금리 대출이지만
집값 폭등해 ‘분담금’ 수억원 껑충…상환부담 막막
2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성동구 아파트(위쪽) 일대. 연합뉴스
2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성동구 아파트(위쪽) 일대. 연합뉴스

대전에 사는 박아무개(50)씨는 지난 2013년 생애 첫 아파트를 마련하면서 매각손익을 정부와 나누는 ‘손익공유형 모기지’ 대출을 받았다. 당시 집값 2억1500만원의 40%인 8600만원은 손익공유형으로 받고, 자금이 모자라 일반 대출을 더 받았다. 최근 박씨는 일반 대출을 모두 갚은 뒤 손익공유형 대출 원금을 나눠 갚아보려 은행에 문의했다. 그런데 이 상품은 원금 일시상환만 가능했다. 그동안 집값이 1억원 올랐고, 중도상환을 하려면 대출 원금 8600만원에다 집값 상승분의 40%인 4천만원을 더 내야 했다. 20년 만기까지 갖고 있으려니 집값이 더 뛰면 상환부담도 커져 불안하다. 박씨는 “당시 대출이자가 쌌고 은행에서도 ‘대전은 집값이 잘 오르지 않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안내받아 선택했는데, 이렇게 다른 대출로 전환하기도 어렵고 부담이 크게 늘어날 줄 알았으면 애초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2013년 도입된 손익공유형 모기지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최근 집값 급등으로 정부에 낼 부담금이 커져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 상품은 연 1~2%의 저렴한 이자만 내고 내집에서 안정적으로 사는 대신 중도·만기 상환 때 대출원금 전액과 집값 상승분의 일부를 한번에 내야 한다. 반대로 집값이 떨어지면 대출원금의 일부를 덜 내도 된다.

부부합산 연소득 7천만원 이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가 전용면적 85㎡ 이하 6억원 이하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최대 2억원까지 대출해준다. 대상 지역은 수도권과 광역시다.

문제는 정부의 손익 분담에 상·하한선이 없다는 점이다. 서울 등 수도권은 최근 수년 새 집값이 크게 뛰어, 대출 상환 시 원금 외 추가로 내야 하는 분담금이 수억원대로 늘어난 경우도 있다.

최근 온라인의 부동산 카페에서는 손익공유형 모기지 대출을 받았다가 분담금 납부 걱정에 하소연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ㄱ씨는 “분담금이 2억~3억원이 될 것 같다. 돈이 부족해서 이 상품을 사용했지만 집값이 이렇게 미친 듯이 오를 줄은 몰랐다”고 했다. ㄴ씨는 “단순히 생각해 신청했는데 집값 오르고 따져보니 뱉어내는 돈이 어마어마해서 후회 많이 했다. 은행에서 이 상품 왜 했냐는 소리도 들었다”고 말했다.

비슷한 상품인 수익공유형 모기지는 연 1.5%의 고정금리로 매달 원리금을 균등분할상환하는 구조다. 집값이 올랐을 때도 나중에 정산할 때 정부가 가져가는 이익을 ‘연 5% 수익률’로 상한선을 두고 있다.

손익·수익공유형 모기지는 2013년 2866건 판매됐다가 2014년 5881건으로 늘어난 이후 집값 상승 추세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 현재는 유명무실해졌다.

애초 상품 구조가 위험부담이 큰 방식으로 설계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 구매자가 대출 기간 동안 대출원금 일부라도 갚게 하지 않고 상환 시 대출원금에 집값 상승분까지 한꺼번에 내야 한다. 집값이 크게 오르면 아파트를 팔지 않고서는 정산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돼 오히려 주거 불안이 커질 수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손익공유형 모기지는 집값이 상승하면 정부가 이익을 향유하고, 반대로 집값이 떨어지면 세금으로 개인의 손실을 보전하는 투기성 상품”이라며 “정부가 서민 대상으로 위험한 상품을 판매한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강 처장은 “지금이라도 손익 분담의 한도를 정해서 정부와 주택구입자 모두 위험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삼성전자 인사 쇄신은 없었다 1.

삼성전자 인사 쇄신은 없었다

‘1년 400잔’ 커피값 새해에 또 오르나…원두 선물 가격 33% 폭등 2.

‘1년 400잔’ 커피값 새해에 또 오르나…원두 선물 가격 33% 폭등

기재부, 예산안 야당 단독 처리에 “유감” “민생 저버려” 3.

기재부, 예산안 야당 단독 처리에 “유감” “민생 저버려”

세종대 교수 4명,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 선정 4.

세종대 교수 4명,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 선정

삼성, 경영진단실 신설해 이재용 측근 배치…미전실 기능 부활? 5.

삼성, 경영진단실 신설해 이재용 측근 배치…미전실 기능 부활?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