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들이 4일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실을 항의방문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노조 제공
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매각 추진 과정에서 일부 사업 폐지 방안도 검토하기로 하면서 씨티은행 직원들의 고용 불안이 커지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부분매각에 서두르지 말고 고용안정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7일 한국씨티은행에 따르면 현재 복수의 금융회사가 소비자금융에 대한 예비적 인수 의향을 밝혔다. 다만 이들은 전체 소비자금융 직원의 고용승계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명순 은행장은 지난 3일 이사회 뒤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일부 잠재적 매수자들은 전통적 소비자금융사업의 영업환경과 당행의 인력구조 및 과도한 인건비 부담 등에 우려를 표했고, 이사회에서는 이런 매각 제약 사항이 금융산업의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긴 시일을 두고 검토하더라도 개선될 여지가 없는 것으로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선의 매각 방안을 열린 자세로 논의하되 단계적 폐지 방안 실행을 위한 준비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전체 매각이 어렵기 때문에 부분매각을 추진하고 남은 사업은 철수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 안에서도 자산관리(WM)나 카드사업에 상대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일반 뱅킹 업무는 금융산업 전반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추세여서 인수 대상으로서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 한국씨티은행 노조에 따르면 소비자금융 종사자 2500여명 가운데 일반 뱅킹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최대 2천여명에 이른다. 일반금융 부문 매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들 가운데 일부는 기업금융으로 편입되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실업이 발생할 수 있다. 노조는 매각이 안 되는 사업부문에 대해 회사가 명예퇴직을 포함한 구조조정, 자산매각, 폐점 등 단계적 폐지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한다. 노조는 지난 4일 성명에서 “부분매각으로 진행될 경우 잔류희망 인원과 수용 가능 인원 간 괴리가 최소 수백명에서 천명 이상까지 발생할 것”이라며 “부분매각 및 단계적 폐지 전략을 버리고 고객과 직원, 은행이 상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가진 통매각 전략으로 수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향후 최종 입찰 대상자가 선정되면 실사 저지 및 해당 기업에 입찰 철회 촉구 등 투쟁도 벌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정부도 원론적인 차원에서 한국씨티은행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전체매각할 수 있도록 소통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기업 인수는 시장에서 이뤄지는 일이라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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