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 생계형 대출은 물론이고 부동산·주식·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 열풍까지 불면서 젊은층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젊은층 대출 가운데 카드론 등 고금리 대출이 빠르게 늘어 가계부채의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13일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국내 가계부채 리스크 현황과 선제적 관리 방안’ 보고서를 보면, 국내 가계대출 구성이 금리인상 등 외부 충격에 취약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청년층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금융권에서 새로 가계대출을 받은 신규 대출자 가운데 30대 이하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49.5%, 2018년 51.9%, 2019년 56.4%, 지난해 3분기 58.4%로 꾸준히 늘었다. 신 연구위원은 “다른 연령층을 압도하는 청년층 가계대출의 급증세는 주택가격 상승 기대 및 레버리지 투자(주식·가상자산 투자) 열풍에 편승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난해 하반기 이전까지는 주택담보대출이 (증가세를) 주도했지만, 그 이후로는 신용대출이 가세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청년층 대출 가운데 3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의 대출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30조원으로 전년보다 16.1% 증가했다. 부실위험 등 악성대출 가능성이 큰 20대 카드론 대출잔액은 전년보다 16.6% 늘어난 8조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이 많은 것도 위험 요인이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지난해 1분기 65.6%에서 올해 1분기 70.5%까지 상승했다. 장기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대출자들이 금리가 다소 높은 고정금리보다는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는 경향이 많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경기 회복으로 금리인상 시기가 다가오고 있어,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이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 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로 비은행권(저축은행·상호금융·카드론 등) 대출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비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전년 대비)은 지난해 3분기 4.6%, 4분기 5.9%, 올해 1분기 7.6%로 나타났다.
가계부채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 0.2%, 비은행권 1.45%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가계부채가 건전하다기보다 초저금리가 지속되고 정부의 원리금 상환유예 등 금융지원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부채 부실화가 이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 연구위원은 정부가 민간부채 전체 총량 관리는 물론이고 부문별 총량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 및 부동산 금융은 전체 총량 목표보다 낮은 수준으로 설정해 관리를 강화하고, 최근 쏠림 현상으로 위험이 누적되는 청년층 대출, 카드론 등 신용대출, 은행권 변동금리대출, 비은행권의 대출 등 부문별 총량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