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 강남센터에 설치된 스크린에 암호화폐 시세들이 띄워져 있다. 연합뉴스.
코인으로 먹고사는 거래소가 코인 퇴출에 나섰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16일 코인 업계에 따르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한 거래소 20곳중 11곳이 정부의 시장 관리 방안이 발표된 지난달 28일 이후 코인 상장폐지(거래지원 종료)를 공지하거나 투자유의 종목을 지정했다. 거래대금 기준 국내 3위 업체인 코인빗은 지난 15일 밤 내부 심사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암호화폐 8개 종목을 오는 23일 상장폐지한다고 전격 공지했다. 이들 종목 상당수는 16일 오전에 24시간 전 대비 80% 넘게 급락했다. 또 28개는 유의종목으로 지정해 최종심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거래소 원화 시장에 상장된 코인(70개)의 절반이 넘는 종목이 타격을 입은 셈이다.
앞서 1위 업체 업비트는 5개 코인의 원화 거래를 중단하고 25개를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다고 11일 공지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거래소 플라이빗은 원화 시장만 남겨두고 나머지 시장의 문을 아예 닫았다.
거래소들이 이른바 ‘잡코인’ 퇴출에 나선 것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에 따른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후오비코리아와 지닥은 최근 후오비토큰과 지닥토큰처럼 거래소 이름을 딴 코인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금융위원회는 거래소 등이 자체 발행한 가상자산의 매매·교환을 중개하거나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불량 코인’의 상장폐지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사업자 신고할 때 보유 코인 목록도 내야 하기 때문에 신고 전에 잡코인 솎아내기가 더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법적 근거가 따로 없어 거래소마다 자체 기준으로 상장폐지를 결정해 투자자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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