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1월11일 폐막한 중국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는 장면이 베이징시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방송되고 있다. 중국은 이 회의에서 시 주석을 중심으로 하는 새 사상을 내세워 미국과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의 80% 이상이 10년 전보다 현지 투자 환경이 나빠졌으며, 규제와 지원 정책 등에서 중국 기업에 견줘 차별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중국에 진출한 지 10년 이상 지난 기업 중 금융업을 제외한 131개사를 대상으로 ‘최근 10년 중국 내 사업환경 변화’를 조사해 22일 내놓은 결과에 포함된 내용이다.
응답 기업의 85.5%는 올해 중국 현지의 투자 환경이 10년 전보다 악화했다고 평가했다. 개선됐다는 응답은 6.9%에 불과했다. 중국 내 투자 환경이 악화한 이유로는 ‘정부 리스크’(38.1%)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국내외 기업 간 차별’(20.5%), ‘미·중 무역분쟁 심화’(18.2%), ‘환경규제 강화’(15.2%), ‘중국 내 생산비 상승’(8.0%)이 뒤를 이었다.
중국 진출 기업 10곳 중 7곳(70.2%)은 최근 중국 정부가 내세운 ‘공동부유’ 국정 기조 등 각종 규제 강화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국 정부는 최근 빅테크, 암호화폐, 사교육, 게임 등 각종 경제활동 분야에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응답 기업의 80.9%는 향후 5년간 중국 정부가 현 국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공동부유 관련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10곳 중 8곳(81.7%)은 중국 기업에 비해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인허가 절차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는 응답이 49.6%로 가장 많았고, 이어 ‘소방·안전점검 등 각종 영업규제’(21.5%), ‘환경규제’(14.0%), ‘세제·금융 지원 차별’(12.1%) 순이었다.
중국 사업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다면 어느 지역으로 옮길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말에는 동남아·인도를 포함한 신남방지역을 꼽은 기업이 67.2%로 가장 많았다. 한국으로 복귀(리쇼어링)하겠다는 응답은 13.0%였다.
10년 전보다 연매출이 늘었다고 응답한 기업은 66.4%, 감소한 기업은 33.6%였다. 연매출 감소 기업은 그 원인으로 ‘현지경쟁 심화’(45.4%), ‘현지수요 부진’(27.3%), ‘중국 정부 규제’(22.7%)를 꼽았다.
조사에 응한 기업 중 41.2%는 대중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전략으로 시진핑 국가주석 방한 등 한·중 지도자 간의 셔틀 외교를 꼽았고, 이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협정의 조속한 타결’(24.4%), ‘중국 정부의 시장상황을 고려한 친환경정책 점진적 추진’(21.4%) 순이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내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정부는 양국 정상 간 적극적 교류를 통해 현지 진출기업 애로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