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디시(D.C.) 미 무역대표부(USTR) 회의실에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를 만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두 나라 대표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포함된 차별적인 전기차 세액공제 문제를 풀기 위한 양자 협의 채널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빠진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 문제를 풀기 위한 양자 협의체를 꾸리기로 미국과 한국이 합의했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8일 밝혔다.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7일(현지시각) 워싱턴 디시(D.C.)에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한-미 통상장관회담을 열고, 양쪽 장관급 차원에선 처음으로 미국 인플레 감축법상 전기차 세액공제 문제에 대한 협의를 벌였다. 이 자리에서 타이 대표는 한국 쪽의 우려에 대해 경청했고, 양쪽은 전기차 세액공제 관련 별도의 양자 협의 채널(engagement channel)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통상 대표가 이끌 것으로 전망되는 이 협의 채널은 전기차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별도의 대화 기구이며, 통상 분야 외에 전기차 문제와 관련된 다른 부처도 참여하는 범부처 간 협의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자 협의 채널의 역할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문제성 법을 바꿔나가도록 미국 의회를 설득하는 일이 하나다. 인플레 감축법과 관련한 미국 재무부의 세부지침 마련 때 한국 쪽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도 양자 협의 채널의 주요 목적 중 하나로 산업부 쪽은 꼽았다. 미국 인플레 감축법의 배터리 광물 및 부품 요건 관련 재무부의 세부 지침은 연내 마련될 예정이다.
양자 협의 채널은 행정부 차원의 협의체여서 명백한 한계를 띠지 않느냐는 의문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인플레 감축법이 통과된 게 지난달이고 선거(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해도 법 개정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를 위한 여러 통로 중 하나가 양자 협의 채널이라 보면 된다”고 말했다.
협상 전망에 대해 정부 쪽에선 법 통과 초기에 비해 긍정적인 쪽으로 변화가 있었고 꼭 나쁘지만은 않은 분위기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초기엔 미국 정부 측에서 ‘이미 법이 통과돼 어쩔 수 없다’는 식이었는데, ‘미국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같이 얘기해 해결해보자’라는 쪽으로 바뀌고, 협의 채널 구축 합의에까지 이르렀다”며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어도 흐름이 달라져 나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안 본부장은 지난 5~7일 백악관, 상·하원 주요 의원, 씽크탱크 전문가들과도 만나 인플레 감축법과 관련해 다각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안 본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인플레 감축법의 차별적 전기차 세액공제 규정에 대한 한국 쪽의 심각한 우려를 이해하고 있으며, 백악관 차원에서도 관심을 갖고 체계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해보겠다”고 말했다고 산업부는 밝혔다.
산업부는 ‘정부합동대책반’을 통해 이번 안 본부장의 방미 결과를 관계부처와 공유하고, 앞으로 한-미 협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한편, 안 본부장은 8∼9일(현지시각) 이틀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장관회의에 참석한다. 이번 회의는 인·태 경제프레임워크 출범 후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 대표와 지나 러몬드 상무부 장관 공동 주재로 개최되는 첫 대면 장관회의다. 이번 회의에서는 공식 협상 개시를 앞두고 14개 참가국의 장관(급) 참여 아래 인·태 경제프레임워크 4대 의제인 무역, 공급망, 청정경제, 공정경제 등의 협상 범위와 의제를 논의한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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