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이 지난 21일(현지시각) 워싱턴디시(DC) 상무부에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6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한국과 미국 사이의 협의 과정에서 일부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미 인플레 감축법은 한국산 전기차를 차별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한-미 간 최대 현안으로 부각돼 있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미 인플레 감축법 논의를 위해 (미국) 상무부 장관(지나 러몬도)을 만났을 때 ‘한국에서 제기한 문제에 충분히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다”며 “(미국 쪽의) 해결 의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쪽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한국 쪽의) 문제 제기를 수용하는 쪽으로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이 장관이 유엔(UN)총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을 수행한 직후 방미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였다.
이 장관은 “미 상무장관과 논의한 내용을 다 전할 수는 없으나, 상무부와 미국 의회 의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미 인플레 감축법이) 정치적으로 양분된 상원에서 급속하게 만들어지다 보니 완벽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는 것이었다”며 “이런 문제에서 생기는 부작용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고 전했다. 미 인플레 감축 법안은 지난 7월27일 공개됐고, 8월 들어 상·하원 통과에 이어 같은 달 16일 바이든 대통령 서명에 따라 발효됐다.
이 장관은 미 인플레 감축법의 문제점 개선을 위해 대략 세 가지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정부 차원에서 협력해 문제를 푸는 걸 첫 번째로 꼽았다. 두 나라 사이에 협의체가 꾸려져 있고 실무자 차원에선 이미 한 차례 회의를 열었다고 덧붙였다. 또 의회 의원들과 물밑 접촉을 벌여 법안의 문제점을 교정하는 게 두 번째 갈래이며, 한국과 비슷한 처지의 유럽연합(EU)·일본과 공조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한-미 간 인플레 감축법 논의에서 당장 법 개정 같은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점도 아울러 털어놓았다. 그는 “정치적으로 양분된 상원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동기가 강한 법인데다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의 한복판에 와 있으며, 발효된 지 한달가량 지나 ‘잉크도 마르지 않은 법’이라 고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성급하게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내년부터 국내 기업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최대한 미국 측에서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인플레 감축법에 따른 전기차 배터리의 광물·부품 요건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되며, 세부 지침은 미 재무부에서 연내 마련할 예정이다.
에너지 문제와 관련해 이 장관은 “우리나라는 에너지 다소비 구조이며 에너지 소비 효율이 오이디시(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하위 수준”이라며 “원가 이하로 전기를 오래 보급해온 구조를 조금씩 개선해 나가야 하며 가격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대용량(산업용) 사용자는 많은 혜택을 받은 셈이며 소비 효율화 여력도 있어 가격 시그널(신호)을 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해 산업용 위주로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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